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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서 승소한 LG, SK 압박… SK는 '고객사 안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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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서 승소한 LG, SK 압박… SK는 '고객사 안심'에 집중

입력
2021.02.11 15:24
수정
2021.02.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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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납득 가능한 합의안 제시 안하면 손배소로 대응"
'글로벌 경쟁사' 언급하며 중국·유럽 업체에도 경고
SK "포드·폭스바겐 등 고객 권익 보호에 최우선 노력"
"합리적 조건이라면 언제든 협상 임할 것"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와 SK의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와 SK의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와 SK간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에서 LG의 손을 들어주면서 양사에서는 사뭇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LG는 이번 승소를 계기로 합의금 협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만큼 SK를 압박하고 나섰고, SK는 소송 당사자인 LG보다 이번 소송으로 영향을 받게 된 폭스바겐, 포드 등 고객사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 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또 이미 수입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도 내렸다.

다만 ITC는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납품 계약을 맺은 폭스바겐과 포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이 생산하는 전기차에 사용될 배터리에 한해 각각 2년과 4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뒀다. 또 이미 판매 중인 기아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수리하거나 교체하기 위한 제품의 수입은 허용했다.

11일 서울 LG 본사 건물 모습. 연합뉴스

11일 서울 LG 본사 건물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소송 당사자인 양사는 희비가 엇갈렸다.

혹시 모를 재검토 결정 가능성마저 배제하며 기세가 오른 LG는 SK를 비롯해 미국 진출 가능성이 있는 배터리 업체들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LG는 먼저 "이번 판결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 결과이자, LG에너지솔루션이 30여년 간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통해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만일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서도 단호하게 임할 수밖에 없다"며 으름장을 놨다.

또 "이번 판결로 배터리 산업에 있어 영업비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인식됐으며, 향후 글로벌 경쟁사들로부터 있을 수 있는 인력 및 기술 탈취 행태에 제동을 걸어 국내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이 보호받고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ATL(중국), 노스볼트(스웨덴) 등 다수의 중국·유럽 배터리 업체들도 LG의 배터리 연구 인력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LG는 이들 업체에게 미국에 진출할 경우 LG와의 ITC 소송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로도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 앞에서 직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 앞에서 직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한편 SK측은 배터리 사업의 명운이 달린 고객사 달래기에 집중했다. SK는 "ITC가 절차상의 문제점을 근거로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실체 판단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대통령 리뷰 등 향후 절차를 통해 이번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ITC의 판결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진실을 가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ITC가 수입 금지 결정의 예외로 폭스바겐과 포드 전기차 모델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부품의 수입을 허용함에 따라 공장 설립 및 운영이 제한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며 "고객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SK는 "결정문에서 수입금지 대상 범위와 관련해 영업비밀로 기재된 22개에 대해 사업과의 실질적인 연관성 검토 및 대응책 수립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유예기간과 남은 절차에서, ITC의 결정이 미국의 전기차 산업 생태계 발전 및 소비자 안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전달할 계획이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밸류크리에이션 센터장은 "합리적인 조건 하에서라면 언제든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산업 생태계 발전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렵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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