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정부의 압박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했던 가계대출이 연초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시 활황에 신용대출 증가폭↑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0조1,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12월(8조8,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7조6,000억원)은 전달(6조7,000억원)보다 9,000억원, 1년 전보다 3조9,000억원이나 커졌다.
한동안 눌려 있던 신용대출도 증시 활황과 함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 규모는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2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 지시로 신용대출 창구를 틀어막았던 작년 12월(4,000억원)보다 6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다만 당국의 규제 시행에 앞서 신용대출 수요가 급등했던 지난해 11월(7조4,000억원 증가)보다는 낮아졌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은행권의) 적극적 관리 노력에 힘입어 신용대출 증가세가 다소 완화됐다"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5조8,000억원 증가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57%를 차지했다. 12월보다는 9,000억원 줄어들었지만 1년 전에 비해서는 2조8,000억원이나 증가하면서 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증가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5조원 늘어났는데,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전세자금대출이 이 중 절반인 2조4,000억원이나 차지했다.
정부·법인·기업 모두 굴리는 자산규모 커졌다
지난달에는 은행권에서 자산운용사로 대규모 자금이 옮겨가는 현상도 감지됐다. 통상 1월에는 기업들이 부가가치세 납부를 위해 은행 예금을 빼내고, 여윳돈을 자산운용사에 맡겨 자금 운용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올해는 자산운용사에 맡긴 자산 규모가 전례없이 컸다. 초저금리로 지난해 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으로 시중 유통 자금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자산운용사 수신은 34조3,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2019년(22조6,000억원)이나 지난해(22조9,000억원)에 비해 10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특히 단기금융펀드(MMF)에만 27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채권형펀드(4조1,000억원)와 주식형펀드(1조7,000억원)도 연초 법인 자금이 유입되고 증시가 호조를 보이며 크게 증가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 예치금이 빠지고 자산운용사 수신이 늘어나는 방향은 예년과 비슷했지만, 각 경제주체의 보유 자금 자체가 늘어나면서 운용 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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