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재계 총수 신년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키워드는 ‘ESG’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용어지만 최근 재계의 화두는 단연 ‘ESG 경영’으로 모아진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용어다.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을 포함한 투명 경영이 고려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 경영도 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과거 기업이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했다면, 이제는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을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ESG 경영’이 ‘지속가능경영’으로 불리는 이유다.
커지는 ESG 투자시장… 2030년 130조달러 전망
ESG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우선 환경을 위해 석탄 사용은 줄이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려야 한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은 불가피하다.
과거 ESG 활동은 경영 실적과는 무관한 사회공헌 차원의 활동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존과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ESG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ESG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그룹은 SK다. ‘ESG 전도사’로 불리는 최태원 회장 주도로 최근 4년간 배터리, 순환경제 등 ESG 영역에 6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삼성물산도 지난해 이사회에서 국내외 석탄 관련 투자ㆍ시공ㆍ트레이딩 등 모든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진행 중인 사업은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ESG는 중요한 투자 기준이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ESG를 관리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다. 약 700조원을 운용하는 네덜란드 최대 공적연기금운용공사(APG)는 지난해 초 석탄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한국전력 투자금 6,000만유로(약 780억원)를 회수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SG 투자 시장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도이치뱅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 세계 ESG 투자 자산은 40조5,000억달러(약 4경5,000조원)에 달했고 2030년에는 130조달러(약 14경3,00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ESG 국가간 패권 경쟁으로 확대
ESG 화두는 업계를 넘어서 국가간의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중 환경 분야가 두드러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10년간 1조7,00억달러(약 1,870조원)를 들여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도 지난해 11월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30년간 100조 위안(한화 약 1경7,000조원)을 투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역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1조유로(약 1,300조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 기업들이 ESG를 외면했다가 투자 유치나 시장 확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차원에서 ESG가 왜 필요한지, 도입에 따른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따져보고 경영진을 포함한 조직 내 공감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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