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밝히는 환한 미소와 상대방을 포근하게 감싸는 눈빛을 지닌 강주은은 배우 최민수의 아내로 유명하다. 1993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캐나다 '진' 출신인 그는 현재 쇼호스트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어느덧 남편의 수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사랑을 받는 중이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남다른 입담을 과시한 그의 주무기는 '솔직함'이다. "남편과 내가 이혼할 이유는 뷔페 메뉴처럼 많다"며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짓는 강주은의 모습은 주부들에게 왠지 모를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그야말로 '긍정 에너지'로 가득찬 사람이다.
최근 본지와 만난 강주은은 가족에 대한 진한 애정은 물론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원동력, 힘든 시간을 극복한 비결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SNS에서 남편 최민수를 '우리 민수'라 부르던데?
△'우리 민수'라는 호칭을 많이 해요. 하도 강한 이미지가 있어서 부드럽게 바꿔주고 싶었어요. 제가 한국 살면서 언어가 서툴기 때문에 억양이나 발음 이런 걸 고쳐주는 사람들이 항상 많았어요. 인상적으로 배운 것 중에 하나가 '남편을 올리지 말라'는 거였죠. 자기 남편 얘기를 할 때는 '최민수 씨'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어요. 한 집안의 가장이고 아이들의 아빠니까 '유성이 아빠'라고 항상 얘길해요.
사람들이 유성 아빠의 강한 이미지 때문에 다가가기가 어렵거나 부담스럽거나 그렇게 느끼더라고요. '우리 민수'라는 건 아늑한 방 속에 부드럽고 작은 아이 같은 사람이 되니까 그 호칭을 쓰게 됐어요. 저를 모르는 사람들은 '남편인데 너무 우습게 생각한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남편서부터 '우리 민수'를 너무 좋아해요. 제 남편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보수적인 사람인데 제가 함부로 의도적으로 깎아내릴 리가 없잖아요. 한국의 언어는 누구를 어떻게 호칭해야 하고 매너를 갖추기 위해서 말속에 배려해야 하는 언어의 법이 있더라고요. 눈치로 빨리 배우고 신경 쓰려고 해요.
-보수적 남편과 생활이 어렵진 않았나.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전통적인 동양 아내의 모습으로 굉장히 오버해서 노력했어요. 저는 겉은 한국사람인데 순수하게 외국인이 숨어있는 사람이죠. 동양 문화를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부모님이 욕을 안 먹을까 고민했고 순종적인 아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밥 먹기 전에도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진지 잡수세요' 했죠. 인사에 대해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어요.
도서관 가서 동양의 예의에 대한 책도 많이 찾아봤어요. 한국에서는 사람을 대접해줄 때 준비를 많이 하고서도 '준비한 게 별로 없어서'라고 말하잖아요. 서양에선 '내가 이렇게 많은 요리를 하고 특별히 신경썼다. 충분히 즐겨달라'고 얘기를 하죠. 그런데 어느날 드라마를 보는데 한국 여성들이 외국 여성보다 더 강하고 큰소리를 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남편이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오지 못해서 그 역시 가정이란 그림을 너무 이상적인 상황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언어가 서툰데 소통은 어떻게 했나.
△옳은 가정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데 엄청 힘들었어요. 그렇게 하다가 어느 순간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죠. 만화에서는 욕도 하고 제 마음을 다 얘기했어요. 우리 생활의 한 장면을 그리고 그때의 내 기분이나 감정 같은 것을 다 적었어요. 베개 위에다가 놔두면 남편이 촬영하고 집에 와서 보고 재밌어 했어요. '주은이가 이렇게 보고 있구나' '아까 그런 얘길 하고 싶었구나' 하고 이해하더라고요. 틀린 한글로 쓰는데 하고 싶은 욕은 다 했던 거 같아요.(웃음)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그림으로 풀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저한테 '왜 지금도 억양이 그런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백인 외국인이 유창하게 한국말 하는 걸 보면서 '넌 왜 못하지?'라고 해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언어에 완전히 뛰어난 사람들이에요. 제 귀에는 저의 말이 한국말의 억양과 똑같은데 아니라는 거에요. 그게 너무 신기해요. 사람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대학교까지 마치고 외국에 나가면 절대 네이티브처럼 할 수 없어요. 본인들이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르게 들려요. 그게 정상인 거죠.
-한국 생활이 처음엔 무척 힘들었겠다.
△너무 외로웠어요. 지인도 없었고 가족도 없었으니까요. 아이들이 태어나니까 내 세계가 생긴 느낌이었어요. 내 모국어인 영어로 아이들에게 얘기를 하는 거죠. 아빠는 일하고 바쁘고 저는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애들이 외국인 학교 다니면서 영어를 썼어요. 지금와서는 후회지만 한국어를 가르칠 만큼 여유가 없었어요. 저도 당시에 한국말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나도 힘든 한국말로 서툴게 얘기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정식으로 가르치지 못한 게 후회돼요.
-'라디오스타'에서 주식 투자 실패 이야기도 했는데.
△그 얘기가 나온 이유가 남편도 살아오면서 경제적인 좋은 기회들을 놓쳤고 저 역시 나름대로 경제적인 기회들을 망하는 정도로 놓쳤다는 걸 말하다 나온 거였어요. 남편은 대단한 광고들을 할 수있는데 거절했고, 저한텐 '너가 투자한 거는 어떡하냐' 하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게 있었고요. 28년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느끼는 거지만...사실 결혼이란 건 너무 어렵죠. 두 사람이 한 길을 만들어 가는 게 결과적으로 서로를 버릴 줄 알아야 해요. 서로를 내려놓고 비우고 상대방을 위해 배려하고 희생하는 연습을 하는 거죠.
-지금은 행복한 부부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결혼한 부부는 다 초보잖아요.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기대감이 너무 커요. '내가 힘들면 알아봐주겠지' 생각하지만 상대가 내 계획대로 안 하는 경우가 많죠. 사귈 때는 제일 예뻤을 때고, '같이 살면 이렇겠지' 상상하는데 살다보면 사진 같은 완벽한 장면들은 없어요. 그 사진을 준비하기 위한 백그라운드 상황들이죠. 배경을 준비하기 위한 어려운 노력들, 그 조명을 셋팅하기 위한 배움들 그런 거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과정 같아요.
저도 최악의 상황에서 많은 걸 배웠고 결혼한 지 28년이 되니까 행복한 시기가 되더라고요. 우리가 살아온 인생만 보더라도 최악의 고비들이 다 기록으로 남아있어요. 유명인의 생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살아온 과정을 시청할 수 있는 기록이 있죠. 사진도 보정을 해서 예쁜 것만 올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우리 인생은 감출 수가 없어요. 그 안에서 더 나를 비워야 하고 내려놔야 하죠. 결혼 생활은 씨를 심는 초보 때가 제일 어려울 때 같아요. 태풍도 지나가고 실패하면 다시 심어야 하고, 그렇지만 뒤를 돌아보면 정원이 있죠. 이제는 같이 정원을 거닐고 다니는 시기가 온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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