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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라도 나눠먹자" 코로나 여파 신풍속도 '명절 음식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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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라도 나눠먹자" 코로나 여파 신풍속도 '명절 음식 대이동'

입력
2021.02.10 2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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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집합 금지로 고향 찾기 어려워지자
설 음식이라도 나눠먹자며 택배로 음식 보내
"코로나 끝나면 가족여행 꼭 가고 싶다" 소망

9일 오후 강원 동해시가 설 연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도 주변에 고향에 오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동해=연합뉴스

9일 오후 강원 동해시가 설 연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도 주변에 고향에 오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동해=연합뉴스

"설 연휴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고 음식을 보내주셨어요. 다음 명절엔 꼭 얼굴 봤으면 좋겠어요."

경남 창원시가 고향인 직장인 박모(28)씨는 지난 4일 묵직한 아이스박스를 택배로 받았다. 고향집에 계신 부모님이 보내준 명절 음식이었다. 떡국 재료부터 소 불고기, 새우튀김, 나물 등 금방이라도 한 상을 뚝딱 차릴 수 있을만큼 다양한 음식들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고향 방문을 포기해 명절 분위기를 전혀 못 느꼈는데, 어머니가 만들어준 명절 음식이라도 먹을 수 있게 돼 마음 한켠이 든든해졌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설 음식 일부. 불고기부터 전, 튀김 등이 밀폐돼 놓여있다. 박씨 제공

경남 창원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설 음식 일부. 불고기부터 전, 튀김 등이 밀폐돼 놓여있다. 박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방지하기 위해 방역당국이 설 연휴 동안 고향 방문 자제 권고 및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유지한 가운데, 명절 음식이라도 나눠 먹자며 택배로 음식을 보내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거리두기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설에도 모이지 못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서다.

채모씨가 큰형님으로부터 받은 떡국 재료들이 나란히 서있다. 찬합 위에 '동서, 떡국 고기꾸미가 조금 밖에 없네'라고 쓰여진 메모지가 붙어있다. 채씨 제공

채모씨가 큰형님으로부터 받은 떡국 재료들이 나란히 서있다. 찬합 위에 '동서, 떡국 고기꾸미가 조금 밖에 없네'라고 쓰여진 메모지가 붙어있다. 채씨 제공

'명절 음식 대이동'은 설 연휴가 1주일 이상 남은 이달 초부터 시작됐다. 택배 물량 증가로 음식이 제때 도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채언주(49)씨는 지난 5일 충남 공주시에 사는 큰형님이 만든 떡국용 떡과 고기, 육수 등을 택배로 받았다. 시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매 명절 때마다 큰형님 댁에 11명 정도 시댁식구가 모였는데, 지난해 추석부터는 '모두의 건강을 위해' 얼굴을 맞대지 않고 있다. 채씨는 "방역지침에 따라 5인 이상 모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큰형님께서 추석 때처럼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그래도 음식을 나눠 먹지 못해 아쉽다며, 떡부터 양념까지 각종 재료들을 정성스레 준비해 보내주셨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동생과 자취를 하고 있는 나혜원씨에게 도착한 음식 꾸러미. 나씨의 어머니와 외숙모가 정성스럽게 싼 음식들과 간식거리가 즐비하다. 나혜원씨 제공

서울에서 동생과 자취를 하고 있는 나혜원씨에게 도착한 음식 꾸러미. 나씨의 어머니와 외숙모가 정성스럽게 싼 음식들과 간식거리가 즐비하다. 나혜원씨 제공

동생과 함께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나혜원(26)씨도 설 연휴 내내 고향에서 보내주신 음식을 먹으며 '집콕' 생활을 할 계획이다. 나씨는 "전남에 있는 부모님과 외숙모께서 밥 반찬부터 과자, 망개떡 등 간식까지 골고루 담아 보내주셨다"며 "설은 새해를 맞이하는 명절이다 보니 추석보다 의미가 커서 더 신경을 써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음식을 나누며 조금이나마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19가 하루 속히 종식돼 얼굴을 직접 보며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 나씨는 "코로나가 끝나면 본가에 내려가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한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원없이 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함께 모여서 마이크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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