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은 영어, 스페인어, 불어 사전과 마스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구치소 직원과 밀접 접촉해 서울 성모 병원에 입원, 격리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박 전 대통령이 고령으로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보니 이날 퇴원 및 이송은 최대한 외부 접촉을 차단한 채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청와대경호처와 경찰, 병원 보안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마치 하나의 작전을 펼치는 듯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병실을 나와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 오후 2시34분. 휠체어를 탄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 10여 명에 둘러쌓인 채 병원 지하 5층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던 법무부 긴급 호송차량으로 향했다. 근접한 경호원 외에 경찰 6명과 병원 보안요원 5명이 주변에서 박 전 대통령이 호송차에 오르는 동안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호송차량은 정면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차량 앞과 뒷 좌석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승차 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주차장에 모습을 나타낸 지 불과 1분 만에 출발 준비를 마친 호송차량은 오후 2시35분경 서울구치소를 향해 출발했다.
이에 앞서 2시 20분경에는 박 전 대통령의 소지품이 호송차량에 먼저 실렸다. 서류 봉투, 마스크와 함께 투명 가방 속에 몇 권의 책이 들어 있었는데, 그 중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발간한 스페인어 사전과 영어 사전, 불-한 사전이 눈에 띄었다.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도 해당 언어로 쓰인 책을 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구사그 중 특히, 영어에 자신이 있어 재임 시절이던 2013년 5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영어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탄 호송차가 병원 앞을 통과하자 지지자 몇 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힘내십시오. 저희는 대통령님만 믿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서울구치소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직원이 전날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박 대통령은 20일 격리 차원에서 입원했다. 입원 당시 실시한 1차 PCR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추가 PCR검사 결과 재차 음성이 나왔다. 지난 2일로 2주 격리조치가 해제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20일 간의 짧은 입원 생활을 마치고 다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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