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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징벌적 손해배상제, 악용 소지 많아... 충분한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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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징벌적 손해배상제, 악용 소지 많아... 충분한 논의 필요"

입력
2021.02.09 18: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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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 언론 상생TF 단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노웅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 언론 상생TF 단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는 법안이 이달 임시국회 처리가 예고된 가운데 언론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잉 규제와 표현의 자유 위축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충분하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과잉 입법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기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중 처벌, 과잉 규제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유엔이나 국제인권기구로부터 규제가 너무 강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을 정도로 유례없는 강력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기존 규제론 안 되겠다며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게 적절하냐"고 반문했다.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해선 형사처벌, 민사상 손해배상,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가중처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정보심의, 언론중재위를 통한 반론·정정·추후보도 청구 등 피해 구제 대책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대기업 등을 향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명예훼손을 악용해온 만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남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현재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 보도로 인한 사인의 피해 때문이 아니라 조국 사태 등 공인에 대한 논란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기본권과 관련된 언론에 대한 제도는 공권력 개입을 자제하고, 깊이 있는 여론 수렴과 논의를 거쳐야지 선거 임박해서 선거법 고치듯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인 가짜뉴스의 개념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 교수는 "가짜뉴스를 정의할 수가 없다"며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문이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가 없고 결국 다 위헌이 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악의적인 왜곡·허위 보도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북한군이 5·18 민주화운동에 개입했다거나 누가 하지도 않은 불륜을 저질렀다는 등 명백하게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는데 이를 왜곡하거나 허위 조작하는 경우는 제재 범위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다만 정치적 견해나 정책에 대한 의사 표명은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언론에 대한 규제 전반을 놓고 규제의 수단과 정도를 정밀하게 논의해야지 불쑥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건 무모하다"는 게 언론계 중론이다. 아울러 이 같은 논란을 자초한 언론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무책임한 언론 보도로 인한 폐해가 심각할수록 언론 규제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온 언론인권센터의 윤여진 상임이사는 성명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징벌하는 도구가 아니라 거짓 보도로 인권을 침해하는 언론에 책임을 묻는 언론개혁의 시작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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