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능력으로 난치병 치료" 한의사들 속여 62억 뜯어내

선업 쌓아 신(神) 소환 능력 있다 속여?
한의사·난치병 환자 등에 62억원 뜯어내
대전지법 형사11부, 징역 1~6년 선고

게티이미지뱅크

난치병을 치료하고 이른바 '업보(카르마)'를 제거하는 등 신(神)에 버금가는 영적 능력을 갖췄다고 속여 한의사들을 상대로 60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일당 3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년 경력의 한의사로 “착한 일을 많이 해 능력이 있다”며 다른 한의사들을 상대로 수년 간 사기행각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김용찬)는 사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5년을, B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기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물리치료와 명상 등을 하던 A씨는 “나는 선업(善業·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는 착한 일)을 쌓아서 신을 소환할 능력이 있다”거나 “선업 지수가 높아지면 다른 사람의 난치병을 없앨 수 있다”며 사상의학 등에 관심이 많은 한의사들에게 동료 한의사들을 소개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다른 한의사들에게 자신을 ‘인도의 신인 시바 신의 현신’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A씨의 이런 현혹에 넘어간 B씨 등 5~6명의 한의사는 2013년부터 A씨와 ‘추(錘) 사용법·악신 빙의 처리법’ 등을 교류하는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졌다. A씨는 이 모임에서 “이제 곧 대재앙이 나타난다. 전생의 업보를 참회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교를 반복했고, 이를 믿은 한의사들은 A씨에게 29억여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를 따르면서 함께 모임까지 주도한 B씨는 “내가 개발한 치료법으로 앞으로 창궐할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에게 33억여원을 뜯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한의사인 C씨 역시 유사한 수법으로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3명으로부터 돈을 뜯긴 한의사와 난치병 환자 등은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신과 소통해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고민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의 돈을 편취했다”며 “피해규모가 아주 큰 데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피해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부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거짓된 내용을 믿으면서 심정적 의지를 했다”며 “피고인들에게 먼저 치료를 요청하는 등 피해 확대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