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SK핸드볼 코리아리그 부산시설공단과 인천시청의 경기는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부산시설공단은 이미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고 인천시청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지만, ‘핸드볼 여제’ 류은희(31ㆍ부산)와 ‘영원한 에이스’ 김온아(33ㆍ인천)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빅 매치’가 된 것이다. 류은희는 지난해 12월 부상을 당한 뒤 두 달 만의 복귀전이었고, 김온아 역시 시즌 중후반 뒤늦게 친정팀에 합류해 꼴찌의 막판 상승세를 이끌고 있었다.
경기는 예상대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두 팀은 경기 후반까지 1점차 팽팽한 경기를 펼쳤지만 막판 류은희를 정점으로 한 연결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부산시설공단이 30-27로 힘겹게 승리했다. 류은희는 이어진 서울 시청과 경기에서도 7골을 넣으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향한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했다.
류은희는 9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인천시청의 젊은 선수들이 빠른 핸드볼을 구사해 우리 플레이를 펼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지만, 챔프전을 앞두고 실전 감각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출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10~15분 정도 소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강재원) 감독님이 (코트에서) 나오란 말씀이 없으셨다”면서 “생각보다 많이 뛰었는데 오히려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류은희는 지난 2018~19시즌 부산시설공단에 우승을 안긴 뒤 2019년 7월 프랑스 1부리그 파리92로 이적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국 선수가 유럽 리그에 진출한 것은 2011년 오성옥 이후 8년만이었다. 프랑스 리그에서도 2020년 주간 베스트7(1월), 이달의 선수(2월) 등 물오른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 중반에도 류은희는 4경기에서 17골을 터뜨리며 소속팀 파리92의 4연승을 이끌었다. 류은희는 “처음엔 합숙 생활이 아닌 ‘독거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데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 등으로 적응이 쉽지 않았다”면서 “힘과 체력 위주의 유럽 선진 핸드볼을 접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시즌 중반 꿈을 접고 지난해 10월 귀국해 부산시설공단에 복귀해야 했다. 류은희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핸드볼 경기가 유관중으로 치러지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팀도 나를 원했고 나 역시 팀을 원했는데 서로 아쉽게 됐다”면서 “그나마 구단과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아 큰 문제 없이 국내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그의 불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리그 두 번째 경기인 청주 SK전에서 경기 중 갑자기 미끄러지며 왼쪽 무릎을 다쳤고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다. 류은희는 “보통 연골과 내외측 인대가 모두 다치는게 일반적인데, 그나마 안쪽 인대만 파열된 게 다행일 정도였다”라고 했다.
코트 밖에서 팀을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했다고 한다. 류은희는 “유럽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답답한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국내 리그에 서자 마자 바로 부상을 입었다”면서 “안 좋은 일들이 겹치면서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심해인 권한나 이미경 강은혜 주희 등 ‘어벤저스’급 전력을 갖춘 부산시설공단은 18승 1무 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상태다. 류은희는 “챔프전까지 약 2주 정도 시간이 있다”며 “그때까지 컨디션을 완전히 끌어올려 팀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올 시즌 여자부 포스트시즌은 19일 청주 SK호크스아레나에서 SK와 광주도시공사의 경기로 시작되며, 챔피언결정전(3전 2선승제)은 24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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