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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뒤집는 포인트가드

입력
2021.02.09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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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허훈·인삼공사 이재도 등
볼 배급 너머 해결사 노릇까지
삼성은 김시래 효과로 6강 바라봐

KT 허훈이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허훈은 평균 어시스트 1위에, 국내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포인트가드다. 뉴스1

KT 허훈이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허훈은 평균 어시스트 1위에, 국내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포인트가드다. 뉴스1

남자프로농구가 5라운드에 접어들며 순위권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포인트가드가 빛을 발하고 있다. 본연의 임무인 볼 배급뿐만 아니라 위기 때마다 득점력까지 선보이며 팀 승리를 주도하고 있다.

9일 KBL에 따르면 서울 삼성은 이달 들어 ‘김시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창원 LG에서 이적한 김시래가 뛴 최근 2경기에서 팀 평균 어시스트, 속공은 기존보다 각각 4.2개, 2.1개 늘어난 데다, 필드골 성공률은 2.8% 높아졌다. 아이제아 힉스, 김준일 등 포스트에 볼 연결이 이뤄지고, 임동섭 장민국 등에까지 슛 기회가 돌아가는 등 공격력이 극대화돼 6강 진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삼성처럼 현재 플레이오프 기준인 6강에 올라가 있는 팀들 모두 든든한 포인트가드를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시스트 부문 5위를 보더라도, 김시래를 제외한 선수들 모두 6강 팀 소속 포인트가드들이다.

서울 삼성으로 이적한 김시래가 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삼성으로 이적한 김시래가 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뉴스1

이들 활약은 팀의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그 막바지로 가면서 공격력에 기복이 생긴 외국인을 대신해 해결사 노릇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KT 허훈이 대표적이다. 국내 선수 중 어시스트 1위(7.5개)에, 득점1위(15.3점)를 각각 기록중이다. 특히 평균득점이 라운드(3라운드 16.7점→4라운드 17.8점)가 거듭될수록 높아졌고, 팀도 9위에서 6위까지 올라갔다.

이재도에 대한 안양 KGC인삼공사의 의존도 비슷하다. 순위 싸움이 본격화한 지난달 이후 이재도가 시즌 평균득점(13.2점)을 넘긴 경기에서는 팀 패배를 볼 수가 없다. 허훈과 맞붙은 5일 KT전에서도 위기 때마다 3점슛을 쏘며 팀을 이끈 끝에, 더블더블(19점 14어시스트) 기록과 함께 승리로 마감했다.

1위 팀 전주 KCC에겐 유현준이 소중하다.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넘나드는 이정현이 발목 부상을 안고 시즌을 치르고 있어 그 만큼 거는 기대가 높다. 최근 연패(이달 4, 6일 경기)도 유현준이 평균득점(6.2점)도 못 올린 부진한 경기를 펼친 게 한 원인이다.

서울 SK 김선형이 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전에 출전해 드리블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김선형은 지난달 5일 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후 이날 복귀했다. KBL 제공

서울 SK 김선형이 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전에 출전해 드리블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김선형은 지난달 5일 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후 이날 복귀했다. KBL 제공

국내 최고 공격형 포인트가드 김선형을 보유한 SK는 이런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김선형이 1월 5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후 이달 6일까지 결장하면서 중위권으로 치고 오를 기회를 놓쳤다. 이 기간 팀 평균득점은 3.2점, 속공은 0.8개나 각각 줄어든 반면 팀 실책은 1.7개나 늘었다.

김도수 SPOTV 해설위원은 “현대농구가 볼 핸들러에게서 공격이 시작되는 전술이 많아지다 보니, 포인트가드가 어시스트만 잘하는 정통적인 스타일보다는 득점력까지 지닌 공격형으로 진화했다”며 “시즌 막바지에 이를수록 실력이 노출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팀보다 볼 핸들러를 이용한 다양한 전략, 전술을 펴는 팀이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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