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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순진했나"… 비밀주의 악명 높았던 애플의 협상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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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순진했나"… 비밀주의 악명 높았던 애플의 협상 역사

입력
2021.02.10 04:30
수정
2021.02.10 09:3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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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협상 경험 있는 IT 제조사 이야기 들어보니
비밀유지각서, 백지공시 등 보안 유지 철저
협상 내용 알려지면 중국 등 경쟁사 카피 가능성
협상 과정에서 우위 서기 위한 전략일수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공개행사마다 '원 모어 띵(한가지 더)'을 외치며 혁신 기술을 공개해왔다. 그만큼 애플은 신기술 개발과 관련된 보안에 민감하다. 애플 제공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공개행사마다 '원 모어 띵(한가지 더)'을 외치며 혁신 기술을 공개해왔다. 그만큼 애플은 신기술 개발과 관련된 보안에 민감하다. 애플 제공

애플의 마케팅 전략은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광고 문구 하나 조차, 애플의 사전 동의 없인 불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폭넓게 확보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뒷배로 언제나 '슈퍼 갑'의 위치를 고수한다. 독선주의자로 알려진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시절부터 유지해 온 전략이다.

애플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이미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이전 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물밑작업에서부터 잉태된다. 이는 신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애플은 지금까지 아이폰 공급에 필요한 파트너로 이동통신업체를 선정할 경우, 주로 1위 사업자가 아닌 2,3위 업체를 선택했다. 지난 2007년 6월말 미국에선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 대신 2위인 AT&T를, 2008년 7월 일본 진출 당시엔 역시 1위 업체인 NTT도코모가 아닌 3위였던 소프트뱅크모바일을 각각 선정했다. 2009년 11월 한국에 아이폰을 출시할 때도 1위인 SK텔레콤이 아닌 2위인 KT와 손을 잡았다. 1위 탈환에 목마른 업체들과 계약 관계를 체결하면서 애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애플과의 계약 내용에 대한 '비밀유지(NDA)'는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극비 사안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골인 직전까지 도달했던 협상 테이블도 뒤집는 게 애플이다.

연초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애플과 현대자동차의 '애플카' 협상 중단 소식에 대해 세간의 해석이 분분하다. 한달 여 동안 진행된 양 사의 협상 과정을 지켜 본 정보기술(IT) 전자업계는 NDA에서부터 이상 징후를 찾아갔다. 애플에 핵심 부품을 납품한 경험이 있는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협업 소식이 계속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서 'NDA 위반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려했다"며 "애플의 부품을 한번이라도 납품한 업체는 모두 이해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관련 업계에서 애플의 비밀주의는 정평이 나 있다. 실제 애플은 2017년 출시한 '아이폰X'에서 처음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그 협력사까지 애플과 관련한 외부에 어느 하나 발설할 수 없었다. 2016년 OLED 개발과 관련된 삼성디스플레이의 1차 협력업체들은 일제히 공급계약체결을 공시하면서 계약 대상자, 거래 금액 등 기본 정보가 가려진 '백지공시'를 내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핵심 부품업체의 투자 계획이나 규모만 봐도 중국 등 경쟁사들은 상당한 내용을 파악해 비슷한 짝퉁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현대차의 경우 한 번도 부품업체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순진한 생각에서 보안유지를 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애플이 전기차라는 신규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만큼, 전통 산업인 자동차 업체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으로 봐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팟, 맥 등을 만들던 애플이 전에 없던 '아이폰'을 가지고 각 국의 이동통신사와 협상할 때도 마치 경쟁사와 협상을 할 것처럼 행동을 취하는 등 협상 테이블을 흔들어 우위를 점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입장에서 현대차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협상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현대차가 대체불가능한 사업자라면 강력하게 경고하는 차원에서 이슈가 마무리되고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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