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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안 오니 음식 만들 수 없어… 손님 구경도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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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안 오니 음식 만들 수 없어… 손님 구경도 못 해요"

입력
2021.02.08 19:02
수정
2021.02.0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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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명 전통시장 가보니>
대구 최대 서문시장 매대에선
"온라인 주문 늘며 시장경기 최악"
서울 남대문시장 35년 잡화점
매출 70% 뚝… 직원 17명→4명

서울 남대문시장

서울 남대문시장


"올해 설에 비하면 지난해 추석은 호시절이었어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35년째 잡화를 판매해 온 김병용(60)씨는 설 대목을 앞둔 8일 "1,000만원 융자를 4개월 내에 갚아야 한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 가게는 최근 매출이 작년 추석에 비해 70% 가량 급감했고, 17명이던 직원은 4명만 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설 경기를 집어삼키고 있다. 1년에 두 번인 명절을 맞아 소상공인은 '대목'을 기대하며 물건을 잔뜩 들여 놓지만, 소비자들 발걸음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아동 한복을 판매하는 최숙경(71)씨는 "이맘 때면 매장에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지금은 손님이 하나도 없다"라며 "이젠 대목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명절은 5인 이상 집합 제한 때문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모임이 제한돼 제사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남대문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나물 판매량이 예년 설과 비교해 30% 수준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로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가지 않는 영향인 것 같다"고 밝혔다. 광장시장에서 한과 차례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조명자(65)씨도 "어제 5년 단골이 왔는데, 맏아들 한 명만 찾아온다고 해서 간단한 음식만 사갔다"며 "올해는 설날에도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유명 전통시장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장 500년만에 휴장했던 대구 서문시장은 이번 설 대목을 앞두고도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8일 찾은 서문시장에선 인기 메뉴로 자리잡은 칼국수 매대조차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예년이면 길게 늘어섰던 주차장 차량행렬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건어물 가게 주인은 "사람들이 시장 현물구매 대신 온라인 주문을 선호하면서 시장 경기가 더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칠성시장 상인들의 체감 경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해산물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점심 무렵이라 그나마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만 매출을 따져보면 허수"라며 "나들이겸 나왔다가 보리밥만 먹고 귀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 전통시장은 이날부터 14일까지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지만, 방문객 증가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찬바람은 대구의 인기 야간 관광명소로 꼽혔던 서문시장 야시장과 칠성시장 야시장에도 고스란히 불고 있었다. 대구전통시장 진흥재단에 따르면 서문 야시장과 칠성 야시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겨울철 방문객 감소 등을 이유로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만 운영하고 있다.

서문 야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대가 70개에서 30개로, 칠성 야시장도 60개에서 30개로 반토막 났다. 운영난으로 영업을 포기하는 업주도 늘어나고 있다. 재단은 매대 운영자를 수시로 모집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대부분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문 상품을 취급하는 일부 상인들은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제사는 줄었지만, 명절용 선물 주문이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가락몰의 청과상 김정수(40)씨는 "방문 손님은 줄었지만 비대면 배송이 1.5배 늘었다"라며 "명절이 2,3일 남았으니 매출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이날 가락몰을 방문한 박지은(35)씨도 "매년 명절마다 가락몰에 들른다"라며 "오늘은 선물용으로 살 과일을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완화로 선물 액수가 20만원까지 늘어났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정책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재 광장시장상인총연합회 회장은 "임대차 계약이 1년 단위인데 3~4월쯤에 계약만기일이 대부분 몰려 있어 상인들의 불안감이 더하다"며 "전통시장에 치명적인 코로나19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락시장을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올해 12월까지 가락몰 임대료를 50% 인하할 예정"이라며 "확진자가 발생하면 명절 기간 불가피하게 부분 폐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웅 기자
이승엽 기자
최다원 기자
대구=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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