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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보니 작년은 호시절이었네" 수도권 전통시장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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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보니 작년은 호시절이었네" 수도권 전통시장 울상

입력
2021.02.08 18:54
수정
2021.02.08 19: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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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제한 탓 모임 인원 줄어
제삿상 줄어 단골손님도 뚝

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 걸려 있는 '코로나19 극복' 현수막 아래를 손님들이 지나가고 있다. 최다원 기자

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 걸려 있는 '코로나19 극복' 현수막 아래를 손님들이 지나가고 있다. 최다원 기자


"작년 추석에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설에 비하니 작년 추석은 호시절이었어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35년째 잡화를 판매해 온 김병용(60)씨는 설 대목인 8일 기자를 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네 가게는 최근 매출이 지난 명절에 비해 70%가량 급감했고, 17명이던 직원은 4명만 남았다. "1,000만원 융자를 4개월 내에 갚아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설 경기를 집어삼키고 있다. 1년에 두 번인 명절을 맞아 소상공인은 '대목'을 기대하며 물건을 잔뜩 들였지만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아동 한복을 판매하는 최숙경(71)씨는 "이맘때면 매장에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손님 그림자도 볼 수 없다”며 “대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예년에 비해 한산하다. 이승엽 기자

설 연휴를 사흘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예년에 비해 한산하다. 이승엽 기자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명절은 5인 이상 집합 제한 때문에 더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모임이 제한되면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다. 남대문시장 채소 가게주인 김모(59)씨는 "나물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40%선에 그친다"며 "코로나19로 자식들이 부모님 집을 찾지 않는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한과ㆍ차례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조명자(65)씨도 "어제 5년 된 단골이 왔는데, 맏아들 한 명만 온다고 해서 간단한 음식만 사갔다"고 말했다. 설연휴까지는 며칠 남았지만,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반면 주문 상품을 취급하는 일부 상인들은 '반짝 호황'을 누렸다. 제사는 줄었지만, 명절용 선물 주문이 늘면서다. 가락몰의 청과상 김정수(40)씨는 "방문 손님은 줄었지만 비대면 배송이 1.5배 늘었다"며 "명절이 2, 3일 남았으니 매출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가락몰을 방문한 박지은(35)씨도 "매년 명절마다 가락몰에 들른다"며 "오늘은 선물용으로 살 과일을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모습. 김진웅 기자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모습. 김진웅 기자

설 대목을 위해 정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선물 가액 기준을 완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재 광장시장상인총연합회 회장은 "계약 만기가 대부분 3, 4월에 도래하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재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웅 기자
이승엽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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