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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기후 위기도 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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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기후 위기도 가속한다

입력
2021.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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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용기들이 섞여 배출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플라스틱 용기들이 섞여 배출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플라스틱의 문제는 쉽게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닳고 닳아도 아주 작은 조각의 형태로 자연에 남아 있다.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다.

미세 플라스틱(지름 5mm 미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화장품 등의 세정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는 1차 미세 플라스틱과 물병 같은 큰 플라스틱 제품이 풍화, 마모되어 생긴 2차 미세 플라스틱이다. 1차 미세 플라스틱은 인위적으로 생산한 것이라 통제가 비교적 쉽다. 이에 대한 생산·배출 규제도 이미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반면 방치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2차 미세 플라스틱은 통계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며, 통제할 방법조차 마땅치 않다. 이렇게 생긴 미세 플라스틱은 기후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영향 미치는 미세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은 광합성 세균의 활동을 방해해 산소 공급을 막는다. 2019년 호주 연구진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염화비닐(PVC) 두 재질의 플라스틱을 바닷물에 담근 뒤, 시간이 지나면서 녹아나는 화학물질이 광합성 세균 프로클로로코커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프로클로로코커스는 해양에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지구상의 산소 중 약 10%를 공급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물에 함유된 미세 플라스틱이 많아질수록 프로클로로코커스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플라스틱 농도에서는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죽어가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이 프로클로로코커스의 성장과 광합성, 산소 생성 등 전 과정을 방해한다고 밝혔다.

운전하면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북극으로 이동해 기후변화를 가속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와 오스트리아 빈 대학 공동연구팀은 운전할 때 발생하는 타이어 분진과 브레이크 분진의 이동을 추적했다. 조사 결과 전세계 플라스틱 중 약 1.8%를 차지하는 양의 타이어 분진, 즉 미세 플라스틱이 대기를 통해 북극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 마이크로미터(㎛) 이하 타이어 분진의 경우 연간 발생량의 28%인 8,100톤이 북극이나 고산 등지의 얼음과 눈에 쌓였다. 25㎛ 브레이크 분진도 연간 3만톤이 빙하권에 떨어졌다.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들이 북극의 눈과 얼음 위에 쌓여 햇빛 반사를 감소시키고, 이 때문에 빙하가 더 빨리 녹을 수 있다고 밝혔다. 빙하가 녹으면 태양 에너지는 반사되지 못하고 대신 해수를 가열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한다. 또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의 농도가 달라지면 해류의 순환도 방해받는다.

인간의 호흡기뿐 아니라 전신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전문가들은 미세 플라스틱의 작은 입자 크기가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환경보호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대기에 떠다니는 여러 입자 중 지름 10㎛ 이하인 미세 입자는 코와 목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내부까지 침투한다. 이렇게 흡수된 입자는 이후 순환계를 통해 전신에 퍼질 수 있다.

미세 입자는 기침, 가래, 재채기 등의 가벼운 증상부터 호흡기 감염, 천식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경우 미세 입자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 기능 발달에도 영향을 받는다.

환경 과학 기술지(Environmental Sceince and Technology)에 발표된 논문 '환경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출현과 인간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 입자들은 인체 세포에 흡수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 산화 스트레스란 체내 유해산소가 많아져 신체의 산화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말하는데, 이것이 오랜 기간 축적되면 세포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거나 면역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아직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세포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쳐 병을 일으키는지 구체적인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미 발견된 악영향도 많지만,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로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들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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