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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상 담긴 '설 선물 변천사'...참치 캔햄은 언제부터 팔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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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상 담긴 '설 선물 변천사'...참치 캔햄은 언제부터 팔렸을까

입력
2021.02.09 07: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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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에서
과자 생활용품 등 종합세트와 통조림 거쳐?
1인 가구용 HMR, 프리미엄 선물까지

1963년 설탕 품귀현상으로 사재기 열풍이 불면서 1965년 제일제당에서 첫 출시한 선물용 설탕 제품도 명절 선물로 인기를 누렸다. CJ제일제당 제공

1963년 설탕 품귀현상으로 사재기 열풍이 불면서 1965년 제일제당에서 첫 출시한 선물용 설탕 제품도 명절 선물로 인기를 누렸다. CJ제일제당 제공


설을 앞둔 유통가에선 선물세트 판매전이 한창이다. 업체들은 설 특수를 누리기 위해 프리미엄 상품군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100만원이 넘는 와인부터 골드바까지, 별별 선물대전이 열렸다.

명절에 선물을 통해 주고받는 감사의 마음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그 시대 국민의 경제상황과 생활풍경이 명절 선물에는 고스란히 녹아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는 올해 설엔 비대면의 안타까움을 대신하기 위한 프리미엄 선물이 대세지만 참치와 캔햄의 끈질긴 생명력은 여전하다.


70년대 종합선물세트 등장…명절선물 시장 형성

1960년대 명절용으로 첫 등장한 미원 선물세트. 귀한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대상그룹 제공

1960년대 명절용으로 첫 등장한 미원 선물세트. 귀한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대상그룹 제공


우리나라 명절 선물 변천사.

우리나라 명절 선물 변천사.


상품화된 선물이 따로 없었던 1950, 60년대에는 주로 쌀, 계란, 밀가루 등 직접 재배한 먹거리를 선물했다. 전후 복구가 이뤄지던 60년대 최고의 선물은 설탕, 조미료, 밀가루 로 대표되던 삼백(三白) 식품이었다. 제일제당은 65년 조미료를 함께 포장한 설탕 세트를 출시했다. 귀한 선물로 인식돼 명절이 되면 이 선물을 들고 오가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56년 탄생한 미원도 이때부터 선물로 팔리기 시작했다.

경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70년대에는 종합선물세트의 개념이 등장하며 유통업계의 경쟁도 본격화됐다. 생필품 위주에서 비누·치약세트, 스타킹·양말세트, 과자 선물세트 등 기호품으로 구성한 종합 상품으로 바뀌었다. 특히 동서식품의 맥스웰 커피세트는 당시 백화점 선물 매출 순위에서 설탕, 조미료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인기상품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80년대 참치·스팸 등장…90년대 실속형 선물이 인기

84년 출시된 동원찬치선물세트. 동원그룹 제공

84년 출시된 동원찬치선물세트. 동원그룹 제공


1970년대, 80년대 제일제당 종합선물세트 광고지. 식용유와 햄 등 70년대 등장한 종합선물세트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 제공

1970년대, 80년대 제일제당 종합선물세트 광고지. 식용유와 햄 등 70년대 등장한 종합선물세트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 제공


97년 동원그룹이 출시한 명절 혼합선물세트. 참치캔과 캔햄이 함께 담겼다. 동원그룹 제공

97년 동원그룹이 출시한 명절 혼합선물세트. 참치캔과 캔햄이 함께 담겼다. 동원그룹 제공


선물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명절 선물은 더 고급화, 다양화했다. 80년대 선물 종류는 3,000여 종으로 늘었고, 백화점 식품관을 중심으로 굴비, 갈비 등 고급 식품이 등장했다. 받는 사람의 성향이나 특성을 고려하는 문화도 형성됐다. 넥타이, 스카프, 지갑 등 취향을 담은 액세서리가 인기를 끈 것이다.

명절 선물의 대표선수 참치와 스팸이 등판한 것도 이 시기다. 82년에 탄생한 동원참치는 한 캔당 1,000원으로 당시 국내 소득 수준에선 고가의 제품이라 처음엔 중상류층에서 소비됐다. 2년 후 나온 참치선물세트는 고급화 마케팅으로 30만 세트 이상 팔렸고, 이후 국내 소득이 증가하면서 점차 대중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닥친 90년대에는 실속 있는 선물이 대세였다. 참치캔과 캔햄, 참기름 등을 한 상품으로 구성한 혼합선물세트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대형마트의 급성장으로 실용적인 중저가 선물세트를 마트에서 사는 것이 보편화됐다.


2000년대 '웰빙 식품'·2020년 '간편식'으로…참치·스팸은?

청정원이 비대면 명절을 맞아 출시한 '청정원 집콕세트'.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으로 구성했다. 대상그룹 제공

청정원이 비대면 명절을 맞아 출시한 '청정원 집콕세트'.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으로 구성했다. 대상그룹 제공


2000년대에는 '웰빙' 열풍으로 홍삼 등 건강 관련 선물 판매가 증가했다. 친환경 청과, 유기농 가공식품 등의 수요가 늘고 2003년 올리브유세트, 2005년 와인세트가 등장했다. 또 백화점의 고가제품과 대형마트의 중저가제품으로 선물이 양분화됐다. 백화점에는 100만원짜리 굴비세트가, 대형마트에는 참치캔, 캔햄 등 실용적인 선물이 주로 구비됐다.

1인 가구, 소가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 선물세트는 2010년대 등장했다. 동원은 2017년 '양반죽 선물세트'와 간편 안주캔과 소주잔으로 구성한 '동원포차 선물세트' 등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제사 음식을 직접 만드는 번거로움에서 해방시켜주는 명절음식 HMR도 인기다.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면서 명절선물은 점점 고급화하고 있지만 참치와 캔햄은 여전히 스테디셀러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스팸 선물세트의 경우 명절기간에만 연간 전체 스팸 매출의 60% 가량이 팔릴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참치와 캔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유통기한이 길어 저장성도 좋다"며 "일상에서 때때로 찾는 식품이라 선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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