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오픈서 사흘 내내 우승 경쟁?
켑카는 4R 이글 두 방, 부활의 역전극
우승을 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충분히 값진 준우승이었다. 이경훈(30ㆍCJ대한통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대 진출 후 가장 높은 성적인 공동 2위에 오르며 우승 가능성을 봤다. 아울러 투어 카드 유지 희망도 밝혔다. 이경훈은 “긴장도 많이 했지만 재미있었다”며 “많이 배웠기에 다음에 이런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꼭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경훈은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웨이스트 메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73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준우승했다. 이날만 무려 6타를 줄이는 대역전극으로, 우승을 차지한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1ㆍ미국)에 불과 한 타 뒤졌다.
이경훈으로선 할 수 있는 건 다 한 대회였다. 무엇보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꾸준히 선두 경쟁을 펼친 점은 의미가 크다. 특히 3라운드 17번 홀(파4)에서 이글을 기록한 뒤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따내며 우승권에 근접했고, 이날 최종 라운드에선 보기로 무너질 뻔했던 11번 홀(파4) 이후 세 차례 버디를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는 저력을 보였다.
준우승은 이경훈이 1부 투어 무대를 밟기 시작한 2018~19시즌 취리히 클래식에서 거둔 공동 3위를 넘어선 자신의 최고 성적이다. 취리히 클래식은 2인 1조 단체전이라 개인 성적으로는 2019년 11월 RSM클래식 공동 5위가 가장 높았다. 이번 대회에선 ‘반짝 선전’으로 짧은 시간 동안 상위권에 오른 게 아니라,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리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시즌 12개 대회에 참가해 6차례나 컷 탈락하는 부진을 겪은 이경훈에게 반등의 무대가 됐다. 특히 준우승으로 64만9,700달러(약 7억2,727만원)의 두둑한 상금을 챙겼을 뿐만 아니라, 내년 투어 카드 확보에 성큼 다가섰다. 페덱스컵 포인트 245점을 받은 이경훈은 페덱스컵 랭킹 48위로 뛰어올랐고, 세계랭킹은 지난주 263위에서 142위로 도약했다.
한편 켑카도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부활을 예고했다. 공동 선두그룹에 무려 5타 뒤처진 상황에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3번 홀(파5)에 이어 17번 홀에서도 이글을 기록하며 정상에 섰다. 2019년 가을 무릎 수술 뒤 재활에 매달리느라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켑카는 2019년 7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 제패 이후 1년 6개월 만에 통산 8승 고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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