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준비하는 항공제조업, 지금이 위기탈출 골든타임"
현재 국내 항공제조업은 심각한 생태계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 두 번에 걸친 보잉 737맥스 운항ㆍ생산 중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사들이 항공기 인도 연기 및 주문 취소가 잇따르면서 항공 제조업체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다.
우리 정부는 작년 7월 항공제조업도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지원책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다. 차입금 5,000억원 이상, 300인 이상 근로자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혜택을 보는 기업이 많지 않다.
국내 항공제조업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쌓아올린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숙련된 인력 유지는 필수다. 이를 위해 협회 회원사들은 자산을 매각하고 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항공제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조건 문턱을 낮춰 중소업체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순환 휴직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항공제조업체들의 연쇄 폐업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는 국산 헬기, 수리온의 공공기관 구매를 늘리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경찰청·국립공원공단·소방청 등 국내 공공기관은 현재 121대의 관용헬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국산헬기는 12대에 불과하다. 관용헬기의 노후화로 향후 5년 동안 입찰이 진행될 헬기 40여대를 국산헬기로 일정부분 대체한다면 일자리 창출→소득 증가→소비 진작으로 이어지는 경기 활성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수리온은 국내 230개 협력업체에서 생산에 참여하기 때문에 그만큼 낙수효과가 크다.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 항공제조업체의 ‘미래 먹을거리’를 앗아가는 항공정비(MRO) 사업 분산화 움직임도 당장 멈춰야 한다. 2017년 국토교통부로부터 MRO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항공우주(KAI)와 경남 사천시는 1,500억원을 투입, 항공정비사업단지를 조성해오고 있다. 그러나 인천 지역 국회의원 중심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MRO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을 시도하면서 암운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법 개정은 멈춰야 한다.
쓰러져 가는 항공제조업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숙련 노동인력이 이탈하고 폐업이 속출하면 항공강국 진입은 고사하고 현재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다시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러나 적시에 제대로 지원이 이뤄진다면 국내 항공제조업은 그간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 고사 위기와 성장 기회의 길목에 서 있는 지금, 정부가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황태부 KAI협력사협의회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