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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인재·기업 블랙홀 수도권… 놔두면 대한민국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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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인재·기업 블랙홀 수도권… 놔두면 대한민국 침몰"

입력
2021.02.08 04:30
수정
2021.02.08 06:5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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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단체장에게 듣는다] 김경수 경남지사
부울경을 메가시티로 경쟁력 키우면
청년들 수도권 안가도 취업·생활 가능
"부산시장 누구 돼도 가덕도 찬성할 것"
드루킹 선고? "잘 나오면 균형발전 완성"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경남도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동남권 메가시티,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경남도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동남권 메가시티,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7개 광역 시ㆍ도 단체장 중 김경수 경남지사는 '급'이 다른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가덕도신공항, 한일해저터널 등 굵직한 이슈에서 그의 목소리는 대서특필되고 비중 있게 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특수관계, 친문계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위상 때문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드루킹 사건’에도 불구하고 동남권 메가시티를 전면에 내세워 경남은 물론 영남권 전체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그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의 경남도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김 지사는 전날 국회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특위 발대식에 맞춘 ‘초광역 협력과 균형발전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했다.

-강연에서 수도권을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이 침몰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기업, 인재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집적하면 어느 수준까지 이익이 발생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 과밀하면 폐해가 생긴다. 지금 수도권이 딱 그 상황이다. 수도권 인구는 매년 8만명씩 증가하는 반면, 경남은 8,500명 감소하는 등 지방은 인구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대부분이 1인 가구의 2030 청년이다. 부동산 정책을 아무리 내놔도 안 먹히는 상황이다. 수도권 교통혼잡 비용은 한해 31조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침몰까지 거론한 것은 과해 보인다.

“출산율을 보면 이해가 쉽다. 2019년 한국 출산율이 OECD 역대 최저치인 0.92명인데 인구 절반이 모인 수도권은 0.87이다. 서울은 0.75, 강남은 더 낮은 0.67이다. 주거 교통이 어려우니 큰마음 먹고 수도권에 와도 힘들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수도권만으로 성장하고 버티기엔 한계에 달했다. 그래서 수도권 과밀로 인한 지방소멸이 대한민국의 침몰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추세를 꺾지 않으면 안 된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를 설파하고 있다.

“교통문제, 미세먼지·원전 등 환경문제, 관광을 비롯한 경제산업 이슈를 권역별로 묶어야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더라도 공부하고 취업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거점이 여러 군데 생겨야 지역도 살고, 대한민국도 산다는 공감대가 생성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경남도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동남권 메가시티,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경남도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동남권 메가시티,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메가시티’ 구상은 언제부터 한건가.

“옥중 구상물이다. 2019년 초 (드루킹 사건으로) 법정구속된 후 SK하이닉스의 경기 용인행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이것저것 다 해주겠다는 경북 구미는 거들떠보지 않고 용인 품에 안겼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사람이 문제였다. 반도체 공장의 근로자 절반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구미에선 고급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보고 수도권을 선택했다고 한다. 구미로도 안 오는데, 더 먼 경남으로 기업들이 오겠나. 경남도정만 열심히 한다고 경남을 살릴 수 없다고 봤다.”

-수도권을 더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인데, 수도권 단체장들은 반대하지 않겠나.

“만나서 이야기한 분들은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거대한 플랫폼으로 인재와 기업을 빨아들이는 수도권과 싸우면 지방은 판판이 깨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단체장들도 수도권 집중과 과밀이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생각한다. 국토면적의 11% 남짓한 땅에 인구 과반이 몰려 있다.”

-동남권 메가시티 논의와 함께 동남권신공항 특별법 통과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속도가 중요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여객수요가 줄어서 잠잠하지만, 수요를 회복하면 김해공항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화물이다. 부산항 물동량은 세계 5위 수준, 환적화물량은 세계 2위다. 그런데 부가가치 순위는 11위로 뚝 떨어진다. 항공화물로 환적이 어려우니 항만이 있어도 배후에 가공물류 사업이 발달하지 못한 탓이다. 김해공항은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공항이고, 가덕도신공항은 지역의 경제계가 필요로 하는 경제공항이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을 위해서도 속도전이 필요하다.”

-대구시장은 이를 두고 입법독재라고 반발하고 있다. 행정소송 계획도 내비쳤다.

“부드럽게 정리하려고 있다. 대구경북에선 신공항을 건립하려면 영남권 5개 지자체가 다시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합의를 먼저 깬 것은 대구경북이다. 2016년 5개 지자체가 합의한 김해공항 확장 합의안에는 대구공항은 존치로 돼있다. 그런데 한 달 뒤 박근혜 정부가 대구공항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그때 이미 합의가 깨진 것이다. 대구경북은 동남권신공항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 입장이 못 된다.”

-일각에선 가덕도신공항 건립을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고 이야기한다.

“3년 전부터 준비한 사업이다. 그리고 그게 선거용이 되려면 후보자 사이 찬반이 갈려야 한다. 대구경북만 반대할 뿐, 부산에선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들도 찬성하고 있다.”

-부울경 단체장이 모두 여당이었는데, 4ㆍ7보선에서 야당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되면 메가시티와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거 아닌가.

“야당 대표도 부산에 와서 가덕도신공항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어느 분이 시장이 되더라도 지금 논의되는 메가시티에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부산도 살기 어렵고 울산, 경남도 버티기 어렵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경남도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동남권 메가시티,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경남도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동남권 메가시티,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드루킹 사건’ 관련 대법원 선고가 좋지 못할 수도 있는데.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아, 대법원 선고가 확정되면 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결과가 좋게 나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초기 재판 대응에 문제가 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진실이 밝혀져 나가고 있다. 대법원 심리를 거치면 전체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

-결과가 좋게 나올 경우 대권행을 점치기도 한다.

“권역별 발전이 경남뿐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이제 시작이고, 이 모델을 잘 만들어내는 게 국가 운영만큼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이 시작된 후 정체됐는데, 이걸 업그레드시켜야 한다. 균형발전을 완성해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운명적 숙제다. 여기서 역할을 하는 게 더 큰 일이다.”



강철원 사회부장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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