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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LG-SK 배터리 소송… 역대 ITC 판결은 답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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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LG-SK 배터리 소송… 역대 ITC 판결은 답 알고 있다

입력
2021.02.08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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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사례서 '수입금지 25년' 중징계
영업비밀 인정 범위·대통령 거부권 등 변수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각자 자사의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각사 제공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각자 자사의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각사 제공

LG와 SK가 2년 가까이 벌여 온 '배터리 전쟁'이 중대 기점을 앞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정이 오는 10일(한국시간 11일 새벽) 발표될 예정이다.

그간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합의금 규모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낯 부끄럽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합의를 촉구했지만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업계에서는 ITC의 판정이 양사간 입장 차를 조율할 기준이 되기 때문에, 평행선을 달려온 입장차를 좁혀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미국 ITC가 내린 판정 사례로 양사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ITC 최대 벌칙은 '수입금지 25년'

7일 업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미국 ITC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최종 판정을 내린 건 모두 6건이다. 가장 가벼운 행정조치는 수입금지 5년, 가장 무거운 것은 25년이었다. 10년이 3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장 최근 스테인리스 철강 제품을 둘러싼 소송은 16년 7개월의 수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 중 5건은 항소를 진행했지만 결과가 뒤바뀐 적은 없다.

눈여겨 볼 사례는 2015년 4월 '25년 수입금지'가 나온 미국 화학회사 다우(DOW)와 터키 오가닉 키미아(Organik Kimya) 간의 '불투명 폴리머' 제품 영업비밀 침해 건이다.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예비 결정에서 증거인멸 혐의로 '조기패소' 판결을 받은 사례다. 조기패소 당시 수입금지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가 최종 판정에서 공개된 것도 공통적이다. 당시 재판부는 악의적인 증거 인멸이 이뤄졌으며, 다우의 영업비밀이 오가닉 키미아의 신제품에 광범위하게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의 영업비밀 침해가 최종 인정될 경우, 10년 안팎의 수입금지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폭스바겐과 포드 등에서 이미 20조원 규모를 수주한 SK는 납품 불발에 따라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배상을 해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업비밀 침해 인정돼도 솟아날 구멍 있다?

하지만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침해 범위에 따라 수입금지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최근 사례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툴리눔 균주 도용 등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다툰 소송이다. ITC는 지난해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10년간 수입금지' 결정을 내렸으나 재검토를 거친 후 작년 12월 균주를 영업 비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수입금지 기간을 21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주장하는 것은, 대부분 기술은 이미 공개돼 있었기 때문에 LG의 기술을 빼돌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보툴리눔 균주 자체를 영업비밀로 보지 않았던 대웅제약-메디톡스 사례처럼 배터리 개발 기술 자체가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으면 재검토(Remand) 결정을 내리거나 수입금지 기간이 생각보다 짧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비록 SK의 영업비밀 침해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사실상의 승소'로 볼 수 있어 SK측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 대통령이 공익을 따져 ITC의 행정명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미국 전기차 시장 진단 기사에서 양사간 배터리 분쟁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WP는 "SK가 패소할 경우 포드와 폭스바겐은 전기차 생산에 타격을 받게 된다"며 "ITC가 LG편을 든다면 바이든이 그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에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ITC는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중국 등에서 생산한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의 수입 금지를 권고했으나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과 관련해 LG측은 "특허와 영업비밀은 엄연히 다르다"며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거부권이 나온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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