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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한반도가 불안한 이유

입력
2021.02.05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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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략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바이든
3차례 북미정상회담 성과도 평가절하
‘동맹’ 한국에 어떤 조언 구했는지 궁금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방문 부처인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직원들만을 상대로 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방문 부처인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직원들만을 상대로 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제46대 미 대통령 조 바이든이 취임 열흘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모양새다. 바이든은 ‘미국이 다시 돌아왔다’라는 슬로건으로 국제사회에 자신의 시대를 호기롭게 알렸다. 하지만 취임사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미얀마발 군사 정변으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얀마 배후에 글로벌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트럼프 뒤집기’(ABT·Anything But Trump)로 백악관 집무를 시작했지만 대중 강경책만은 승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경제와 안보, 기후변화 협약 등 모든 면에서 중국은 걸림돌이자 협력해야 할 상대이기도 하다. 그런 중국과 뜻밖에 미얀마의 쿠데타로 신경전을 벌이며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도 매우 제한적이다. 경제 제재는 미얀마의 대중 의존도를 높여, 오히려 중국이 원하는 바다. 반면 쿠데타 세력과 적당히 타협한다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신뢰를 잃을 게 뻔하다.

당초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내치에 발목이 잡혀, 외치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를 자처하며 동맹국들에 든든한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했다. 이제 미얀마를 통해서 그 말빚을 갚고,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한반도다. 팔순을 바라보는 바이든은 사실 외교정책 전문가다. 외교는 상대를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50년 가까운 연방 의원 활동에서 상원 외교위원장을 두 차례나 역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배경도 이런 경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이든은 동맹국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대외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 노선에 상처받은 경험에 비춰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메시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AP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AP 자료사진


북한 비핵화와 방위비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우리나라도 바이든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높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의 정상 통화 순서를 놓고 한국의 위상을 저울질한 목소리도 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바이든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통화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청와대에 발신음을 보냈다. 호사가들은 한국이 미국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밀린 게 아니냐며 입방아를 찧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한 것이, 미국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그럴듯한 추임새까지 곁들여서 힐난하고 있다. 주권국 국민으로서 차마 듣기 민망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바이든의 속내야 알 수 없지만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화려한 수사와 달리, 동맹을 배려하는 세심함은 부족해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발상도 놀랍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트럼프 임기 초반에 제한적으로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코피 전략'부터 시작해,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을 때가 불과 4년 전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3차례나 열리는 등 극적 반전으로 적어도 서울 불바다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다.

그러나 바이든 외교·안보팀은 이런 성과를 통째로 평가절하하며 새판을 짜겠다고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과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당사자인 우리 정부에 어떤 조언을 구했는지 궁금하다. 현재로선 당근보다는 채찍에 방점이 찍힌다. 마치 오바마 시즌3 같은 느낌이다. 전략적 인내로 포장하겠지만 뜯어 보면 상대가 굴복할 때까지 목을 조르겠다는 심산이다. 바이든 시대, 한반도가 불안한 이유다.

최형철 에디터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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