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부상에도 3점 리그 1위
작은 신장에 높은 타점, 송도고 선배 이충희 닮아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슈터는 슛을 쏴야 한다.”
안양 KGC인삼공사 전성현(29)은 한국 농구의 슈터 계보를 이을 선수로 꼽힌다. 사라져가는 3점 슈터 시대에, 자신만의 슛을 일관되게 쏘고 있어서다. 지난달 30일 원주 DB전에서는 3점슛 6개를 몰아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작은 신장에도 높은 타점으로 손쉽게 3점을 넣는 모습이 ‘슛도사’ 이충희를 닮았다.
전성현은 5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즌 초에 입은 부상으로 올스타 휴식기 전까진 제대로 운동을 못 해 그간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다”며 “단장님과 감독님, 팀원들이 챙겨주는 데다 경기를 뛰면서 회복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번 시즌 2번째 경기인 지난해 10월 10일 서울 삼성전에서 입은 고관절 부상을 안고 경기에 뛰고 있다.
그런데도 4일 현재 32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2.6개의 3점슛을 넣으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3점슛 성공률도 부상에서 점차 회복하면서 37.4%까지 높여, 커리어 통산(39.4%)과 비슷해졌다. 지난달 25일 서울 삼성전에선 2점슛(2개), 3점슛(4개), 자유투(2개) 등 모든 슛을 100%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는 “부상 후 밸런스가 깨진 상태에서 억지로 쏘다 보니 다소 슛 성공률이 떨어졌다”며 “몸 상태가 70% 이상 좋아진 만큼 충분히 도약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전성현은 이충희를 비롯해 강동희 신기성 김승현(이상 은퇴) 김선형(서울 SK) 등을 배출한 송도고 출신이다. 선배들처럼 뛰어난 운동능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슛으로는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입단 전부터 받아왔다. 이충희처럼 머리 위에 자리 잡는 슛 모션에, 상황에 따라 점프슛과 빠른 타이밍 슛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수비수들이 까다로워한다. 전성현은 “커리, 레딕 등 NBA 슈터들처럼 밸런스를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슛을 넣어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하다”면서 “슛이 빠르고 타점이 높았던 이충희 문경은 조성원 감독님을 어려서부터 롤 모델로 삼았다. 지금도 조금이라도 슛을 빠르게 쏘기 위해 공 잡는 위치를 가슴보다 높게 하려는 등의 시도와 연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성현은 과거 동료가 만들어준 슛만 던졌다면 군 복무 후 복귀한 2019년 시즌부터는 스스로 슛 찬스를 만들어 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김동광 KBL(한국농구연맹) 경기본부장이 “과거 문경은 감독과 가장 비슷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동적인 슈터다”라고 극찬한 이유다. 전성현은 “입대 전만 하더라도 포스트에서 외곽으로 나오는 볼이 많았는데, 지금은 코트를 넓게 사용하다 보니 좀처럼 찬스가 나지 않는다. 계속 움직이며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슈터라면 슛이 안 들어가더라도 과감하게 쏴야 상대팀에서 긴장을 해 미스 매치가 되기도 하고 찬스가 날 때도 많다. 움직임과 과감함이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비에서도 활동량이 늘었다. 스몰포워드로는 작은 신장(189㎝)이라 송교창(전주 KCC) 안영준(서울 SK)처럼 장신과 자주 매치업되는데 그럴 때마다 악착같이 달라붙는다. 앞 선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다 보니 경기당 평균 스틸(0.8개)도 전 시즌보다 2배 늘었다.
전성현은 “선수생활 처음으로 큰 부상을 당하다 보니 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깨달았다”며 “남은 시즌 건강을 잘 유지하고 준비도 많이 해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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