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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00명이 빚어낸 특수효과, 우주 청소부 '승리호'의 화려한 악당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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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00명이 빚어낸 특수효과, 우주 청소부 '승리호'의 화려한 악당 청소

입력
2021.02.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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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5일부터 전세계 동시 개봉

영화 '승리호'의 우주 청소부들은 각기 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승리호'의 우주 청소부들은 각기 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뿌연 배경으로 63빌딩이 보인다.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원경이 펼쳐진다. 63빌딩은 키 작은 건물에 불과하다. 150층 이상은 될 듯한 초고층 빌딩들에 에워싸여 왜소하기 만하다. 영화 ‘승리호’의 시작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환경 재앙을 맞은, 그러나 인간들이 여전히 욕망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먼 미래의 모습을 압축해내는 동시에 이 영화가 볼거리로 승부할 것임을 예고한다.

영화 '승리호'는 한국 최초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승리호'는 한국 최초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넷플릭스 제공


우주 청소부들, 음모에 휩쓸리다

2092년 지구는 방독면을 쓰지 않으면 숨쉬기조차 힘든 곳으로 변했다. “땅이 병들었으니 갈 곳은 하늘뿐.” 사람들은 인공위성 궤도에서 살 길을 찾았다. 돈 있는 자들은 우주에 안락한 생활공간을 마련했고, 없는 자들은 ‘지옥’ 지구에서 삶을 견뎌내야 한다. 우주 활동이 급증했으니 쓰레기가 자연스레 증가했고, 이를 치워 돈을 버는 직업이 생겨났다. 우주 청소부(‘승리호’의 영어 제목은 ‘Space Sweepers’)다. 영화는 우주선 승리호의 우주 청소부 4명을 중심으로 짜릿한 활극과 호쾌한 유머, 진한 인간애를 전하려 한다. 활극은 눈을 즐겁게 하기 충분하고, 유머는 쏠쏠한 웃음을 빚어내는데, 인간애의 묘사는 좀 진부하다.

장 선장(김태리)과 김태호(송중기), 박경수(진선규), 로봇 업동이(유해진)가 여자아이 도로시를 우연히 조우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발진한다. 도로시는 당국으로부터 현상수배 돼 있다. 대량 인명 살상을 위해 비밀리에 만들어진 로봇인데 테러집단 ‘검은 여우’가 탈취했다는 것이다. 탁월한 청소 실력을 지녔으면서도 돈은 좀체 벌지 못하고 곗돈까지 떼인 장 선장 일행은 도로시를 테러집단에 넘겨 큰돈을 챙길 생각을 한다. 하지만 초거대기업 UTS의 수장 제임스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의 음모가 끼어들며 이들의 계획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흐른다. 우주 청소부들은 악마나 세울 법한 ‘인류 청소 계획’에 맞서 의도치 않게 악당 청소 작업을 펼치게 된다.

영화 '승리호'는 여러 시각효과를 동원해 암울한 미래 모습을 그려낸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승리호'는 여러 시각효과를 동원해 암울한 미래 모습을 그려낸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승리호'에 나오는 거대한 우주 인공구조물. 오염된 지구를 떠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승리호'에 나오는 거대한 우주 인공구조물. 오염된 지구를 떠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넷플릭스 제공


볼거리, 오락에 충실한 텐트폴

‘승리호’는 한국 영화 최초로 우주 이야기를 그렸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미래 디스토피아를 세묘하기 위해 제작비 250억원을 쏟았다. ‘승리호’는 2,500여개 컷으로 구성돼 있는데 2,000컷 이상이 컴퓨터그래픽(CG) 등 특수효과(VFX)로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국내 8개 업체 1,000명 가량이 투입됐다.

물량 공세가 만들어낸 볼거리들은 압도적이다. 우주 청소부들이 우주 쓰레기를 두고 벌이는 쟁탈전, 우주선끼리의 펼치는 전투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 이어진다. 지구에서 우주 인공물까지 연결된 고속 이동수단의 작동 모습, 과학기술은 첨단이나 여전히 추레한 미래 거리의 기이한 풍경, 국내 최초 모션 캡처(유해진의 동작을 활용)로 구현해 낸 업동이의 모습 등 역시 빼어난 세공술이 빚어낸 결과다. 한국 영화 기술은 ‘승리호’를 발판 삼아 더 높은 단계로 진입한다.

영화 '승리호'엔 볼거리가 풍성하다. 김태리의 액션 연기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승리호'엔 볼거리가 풍성하다. 김태리의 액션 연기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제공


‘승리호’는 제법 재미있는 영화다. 풍성한 볼거리만으로도 관객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다시 보고 싶다는 말은 쉬 나오지 않을 듯하다. 적당한 웃음과 감동이 섞이고 꽤 통쾌한 반전으로 마무리되지만 울림은 크지 않다. 악당은 전형적이고, 이야기 전개는 예측 가능하다. 오락물로 소비되고선 곧 휘발되는 여느 텐트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승리호’는 5일부터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만 공개된다. 190여개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셈이다. 지난해 여름 극장가를 겨냥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봉을 거듭 미뤘다가 지난 연말 넷플릭스행을 결정했다. 거대한 스크린과 웅장한 음향시설을 갖춘 곳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로서는 불행한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늑대소년’(2012)과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등으로 기이한 판타지 세계를 구축해 온 조성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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