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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첫 탄핵 속 대법원장의 낯부끄러운 처신

입력
2021.02.05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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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상 첫 법관 탄핵 표결을 앞둔 이날 당사자인 임성근 부장판사 측은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상 첫 법관 탄핵 표결을 앞둔 이날 당사자인 임성근 부장판사 측은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뉴스1

헌정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 의결 직전인 4일 오전 공개된 김명수 대법원장과 현직 법관의 대화녹취록 내용은 충격적이다. 4ㆍ15 총선 이후인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사법농단 연루 판사 탄핵 요구가 분출할 때, 김 대법원장이 탄핵 대상으로 거론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물리치며 여당 눈치를 보는 장면이 담겼기 때문이다.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할 수장이 법관 사표 반려 이유로 구체화하지도 않은 여당의 탄핵 움직임을 들다니 참담하다. 이러고도 사법 독립을 운운할 수 있나.

당초 김 대법원장은 전날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탄핵' 관련 언급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녹취록이 공개되자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한 (사실과) 다른 답변"이라며 사과했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대법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무단으로 녹취하고 이를 폭로한 임 부장판사의 행태도 문제지만 엄연한 사실을 부인한 김 대법원장의 행동은 더 큰 문제다. 특히 최근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발의에 “탄핵 절차는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권한이고, 대법원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형식적 답변으로 비껴갔던 터라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처신에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이날 임 부장판사 탄핵 소추를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가결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남았지만 국회에서 처음으로 법관 탄핵안이 통과됐다는 것만으로도 사법부로는 치욕스러운 일이다. 이 역시 사법농단 사건 당시 김 대법원장이 판사 징계 등의 조치를 방기한 책임이 없지 않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로 야기될 모든 문제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 출발은 사법 독립과 개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지난 3년여에 대한 성찰이다.

이제 임 부장판사의 탄핵 여부는 헌재에서 가려지게 됐다. 임 부장판사가 이달 말 퇴직하므로 헌재 결정은 그 이후 내려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은 역사적 의미가 큰 만큼 오로지 헌법 정신에 비춰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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