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인사 기준' 의견 교환
이번 주중 2차 회동 후에야 구체적 윤곽 나올듯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난 2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논의의 첫발을 뗀 사실이 4일 공개됐다. 이미 “윤 총장과 최소 두 번은 만날 것”이라고 공언했던 만큼, 두 사람은 2차 회동 일정을 이르면 이날 또는 5일로 잡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단행될 검찰 간부급 인사의 윤곽은 그 이후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1일 취임식을 하고 2일 윤 총장을 만났다”고 말한 뒤, 검찰 인사 기준으로 ‘검찰개혁’과 ‘검찰조직 안정’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윤 총장과의 만남에 대해 그는 “적절치 않은 식사 자리 등이 아니라, 매우 공식적이어야 한다”며 “장소도 그렇게 정했고, 배석도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나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가 아니라, 서울 내 제3의 장소에 만났다고 한다. 대검에선 조남관 차장검사가 윤 총장과 동행했다.
다만, 1차 회동은 검찰 인사의 본격적 논의보다는 ‘전초전’ 성격이었을 공산이 크다. 윤 총장이 자신과 불편한 관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의 ‘교체 의견’을 피력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박 장관은 “구체적 인사내용에 대해선 대화를 나눈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인사 기준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이고, 앞으로 한 차례 더 만날 예정인데 그때 구체적인 안을 갖고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으로선 ‘검찰개혁’과 ‘검찰조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숙제다. 그는 이날 “일선 수사현장의 인권 보호라든지 적법 절차가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조직 안정에 대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내부의 요구가 강한데 얼마든지 고려의 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가 서로 상반되거나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전임자인 추미애 전 장관 시절의 ‘보복 인사’ 논란을 피하는 동시에, ‘형사ㆍ공판부 검사 우대’ 원칙을 유지하며 검찰개혁 메시지도 함께 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2차 회동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박 장관은 ‘검찰총장 의견 청취’일 뿐, ‘협의’는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과거 검찰총장은 인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협의에 가까웠다’고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법무부 장관 측에선 ‘의견을 듣는’ 역사적 연혁이 있기 때문에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 의견을 순순히 수용하진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법무-검찰 간 갈등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박 장관은 일정 부분 윤 총장 요구를 들어주는 모양새를 갖추려 하겠지만, 조직 안정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문제”라며 “윤 총장은 남은 임기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인사 교체를 요구할 텐데, 박 장관이 이를 ‘조직 안정’ 측면에서 인정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특히 이성윤 지검장 유임 여부가 윤 총장 의견 반영 여부를 판단할 바로미터”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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