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 가공식품 섭취 기회 늘어
올바른 영양교육 부재에 상황 악화
비만·기아 공존하는 이중 결핍 우려
굶주림에 시달리는 나라가 즐비한 아프리카에 ‘비만’이 퍼지고 있다. 올바른 식습관 교육이 전무한 탓에 값싸고 열량 높은 정크푸드와 가공식품을 많이 접하게 된 까닭이다. 비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아 비율이 확 줄어든 것도 아니라 비만과 저체중 영양실조가 공존하는 ‘이중 영양결핍’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차드와 말리 등 일부 극빈국을 제외하고 아프리카 대륙에 비만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중산층 성인 남녀 비만율(체질량지수 30% 이상)은 각각 15%, 40%에 달한다. 비만 문턱에 있는 ‘과체중(체질량지수 25%)’ 주민 역시 적지 않다. 남아프리카 잠비아도 성인 여성의 35%, 남성 20%가 과체중이다.
아프리카에서 비만과 과체중이 폭증한 가장 큰 이유는 식습관 변화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 아프리카 지역의 평균 소득이 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했고, 자연스레 가공식품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매체는 “정크푸드는 어디에나 있다”며 “감자칩, 단 음식, 가공된 기장ㆍ수수를 파는 노점에는 항상 많은 이들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도 “사람들이 점점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데다 설탕과 지방, 소금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의 높은 비만율을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적절한 영양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어린이들까지 비만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니제르에 거주하는 6개월~5세 아동 4명 중 한 명(25%)은 24시간동안 최소 한 개 이상의 포장 간식이나 음료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와 코트디부아르에서는 해당 비율이 각각 30%, 40%나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심지어 빈곤 가정 엄마들은 종종 유아에게 모유와 함께 탄산음료나 설탕덩어리 주스를 먹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만은 필연적으로 당뇨, 고혈압 등 성인 질환으로 이어져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WHO는 2014년 아프리카에서 당뇨를 앓은 비율이 1980년대의 두 배 수준인 7%라고 추정했다. 비만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노동시장의 질적 저하 등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악순환 고리도 배제할 수 없다. 매체는 “과체중이 코로나19에 특히 더 취약한 만큼 (비만)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 기아 비율은 감소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여전히 배고픔이 만연해 아프리카 5~19세 아동청소년의 20~30%는 저체중이다. 칼로리만 높고 영양은 부족한 음식을 섭취해 비만이 된 ‘과체중 영양실조’와 굶주림으로 영양이 결핍된 ‘저체중 영양실조’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농업경제학자인 요아힘 폰 브라운 독일 본대 교수는 “한 가정 안에서도 정크푸드를 먹으며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과체중 엄마와 (굶주리는) 저체중 자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랜싯은 2019년 “가공식품과 운동 부족이 비만율 뿐 아니라 영양실조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표적인 지역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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