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보고서 "아프간 완전 철군 시점 미뤄야"
지난해 평화협정 위배... 탈레반 '공격 재개' 엄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임기 초반 ‘외교 난제’가 또 하나 추가됐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문제다. 미국 의회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한 5월 완전 철군을 미뤄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내놓으면서 ‘연기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연히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은 지난해 체결한 평화협정대로 철군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해 가까스로 마련된 대화의 문이 닫힐 위기에 놓였다.
미 의회 아프간연구그룹(ASG)은 3일(현지시간) 미군 철수 시한 연기를 제안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5월 1일까지 병력을 모두 빼내도록 한 평화협정 합의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ASG는 “아프간에서 내전 발발 가능성이 높고, 불안감이 커져 알카에다의 위협까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식적인 일정을 따르지 말고 평화협정 이행 등 상황을 봐가며 철군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전 헹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가 평화협상에 나서는 대가로 미군 철수를 약속했다. 이후 아프간 주둔 미군은 1만2,000여명에서 지속적으로 줄어 현재는 2,500명만 남았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협상 중이다.
이번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는 지난달 22일 평화협정 재검토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탈레반 폭력행위 감소 등을 따져보겠다는 건데, 최근 무력충돌이 잦은 아프간 정세를 감안하면 긍정적 결론이 나긴 어렵다.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만 2,586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탈레반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 재검토에 들어간 배경에는 ‘동맹 중심’ 외교 기조가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미군 완전 철수에 회의적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 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나토는 아마도 ASG 권고를 수용할 것”이라면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아프간 병력 철수는 안보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철군 연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탈레반의 거센 공세에 더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협상 자체도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탈레반은 1일 성명에서 "외국군이 5월 이후에도 (아프간에) 머무르면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NBC방송은 전직 군 장성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선택은 분명히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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