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게 뭔 문제'...급증하는 황혼결혼에 가족구성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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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게 뭔 문제'...급증하는 황혼결혼에 가족구성도 변화

입력
2021.02.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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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지난 2008년 95세에 황혼결혼을 올린 신혼부부 젠킨스(왼쪽)할머니와 리차드 할아버지.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190세가 돼 미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고령자의 결혼으로 당시 기록됐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15> 고령사회 신풍경 ‘황혼의 새가족 결성실험’

인구변화발 시대전환은 정상으로 알던 기존체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새로운 변화를 불러온다. 그중에 대표적인 게 '노년의 재구성'이다.

수명연장, 무병장수, 활동연장 등 과거 노년에 비해 뚜렷해진 인식변화가 한몫했다.

늙을수록 위험·적자를 염려해 안정·보수적인 카드를 선호하지만, 요즘 고령인구는 꽤 달라졌다. 원래 고령인구는 소득감소·자산이전 때문에 아파트를 내놨는데, 최근엔 유력한 매수그룹으로 등장했다. 지방발 강남 3구로의 사회 전입도 75세 이상에서 목격된다. 새로운 가족 구성에 나선 황혼 인구의 선택이다.


늦은 선택 없다는 시니어의 황혼로멘스

노년은 원래 삶의 정리기란 인식이 강했다. 황혼이란 수식어처럼 새로운 도전과 위험한 실험은 경계대상이었다. 내려놓고 끄덕이며 노화(老化)적 순리를 받아들이는 문화였다. 그러나 더는 아니다. 넉넉히 봐도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65세↑/전체인구=20%)에 들어서는 급격한 구조변화가 인식의 무게중심을 옮긴 탓이다.

늙어 못할 건 없다는 신노년의 등장은 자연스럽다. 늙음을 부정하는 신조류다. 황혼인연은 그 상징이다. 사실 결혼은 노소불문 쉽잖은 카드다. 청년의 만혼·비혼화가 이를 증명한다.

하물며 노년의 새로운 가족구성은 더 어렵다. 통계도 거든다. 2000~17년 황혼재혼(65세↑)은 남녀모두 늘었다. 2017년 남성 2,684건, 여성 1,202건으로 2000년보다 각각 2배, 6배 늘었다(고령자통계·2018).

동일기간 전체연령대의 재혼건수는 줄었다. 환갑부터 치면 2018년 결혼건수는 사상최대치다. 남녀 6,126명·3,604명으로 1990년보다 3.9배·9.1배 늘었다(연령별혼인조사·2019). 황혼성혼은 더 증가한다.

황혼결혼만큼 적극적인 건 노년 이혼이다. 황혼이혼은 새로운 가족 형태를 만들어낸 강력한 트렌드로 안착했다.

청년결혼의 감소와 황혼이혼의 증가가 전통가족 이미지를 깨기 시작했다. 독특한 건 자발적인 싱글 노년으로의 변신시도다.

살날이 짧기에 참고 살겠다는 인식은 줄어들고 있다. 사별에 따른 불가피한 노년 싱글과 달리 스스로 기존 짝궁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줄었다.

자녀양육이 얼추 끝난 5060대는 물론 70대 이혼마저 흔하다. 70세 이상 이혼 건수는 남성의 경우 2000년 570명에서 2018년 3,777명으로 6.6배 늘었다(인구동향·2018). 가족불화·상대외도·가정학대·경제문제 등 이유는 많지만, 실상은 시대변화에 따른 인식전환이 주효하다.

수명연장·신체건강과 함께 재산·연금분할 등이 이혼공포를 밀어낸 결과다. 그럼에도 황혼이혼은 용기가 필요하다. 익숙한 삶과의 결별은 그만큼 어렵다.

세간의 화제인 졸혼(卒婚)이라는 절충안이 나오는 이유다.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서로가 삶에 간섭하지 않는 타협카드다. 재산·자녀문제도 비켜선다. 물론 쉽잖다. 겉은 졸혼이나 실은 이혼에 가까워서다.

‘따로 또 같이’를 유지하기란 만만찮다. 별거처럼 새출발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럼에도 졸혼은 의미심장하다. 늙었다고 포기하기보다 늙음에 맞선 새로운 도전인 까닭이다.

노년의 로맨스를 다룬 연극 장수상회. 스토리피 제공



초고령사회 일본의 황혼인연발 신풍경

한국이 적잖게 뒤따라가는 초고령사회 일본은 어떨까. 황혼의 가족구성은 꽤 보편화됐다. ‘고령인구=유력고객’의 일반론답게 시니어의 일상생활·추구욕망은 유력한 산업으로 떴다. ‘노년특화→현역연장’의 반면교사를 체득한 시니어 시프트에 가족가치도 반영된다.

“늙으면 이래”란 고정관념 대신 “현역과 똑같이”를 받아들인 분위기다. 가족구성이란 욕구실현도 마찬가지다. 즉 ‘결혼=청년’의 등식은 깨졌다.

결혼시장은 고령결혼의 사업화에 열심이다. 인구의 28.7%(3,617만명)인 고령인구의 잠재력이다(2020년). 실제 1인화가 강력한 가운데 결혼감소·재혼증가는 추세적이다.

전체결혼 중 재혼율은 2000년 21.0%에서 2018년 26.7%로 늘었다(인구동태조사). 이중 50대 이상이 절반을 웃돈다.

이는 2000년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역시 거대덩치인 베이비부머의 퇴직행렬과 맞물려 황혼의 새로운 가족구성은 증가했다. 시니어 혼활(婚活, 결혼활동)열기에 힘입어 결혼업계의 노인회원은 급증했다.

환갑회원이 최대 60~70%까지 이르는 주선회사도 적잖다. 성혼율은 높다. 인생경험이 많고 현재조건이 확실해 상대와의 엇박자는 적은 편이다. 물론 가족반대 등은 한국과 비슷하다. 때문에 사실혼을 통해 갈등은 줄이며 효과는 높이는 절충안도 잦다.

새로운 현상은 갈등도 낳는다. 황혼결혼이 갖는 불확실성 탓이다. 대개는 금전문제로 부딪힌다. 한정된 여명을 감안한 고령커플이라 불가피하게 상대부양의 짐을 질 수밖에 없어서다.

노후고독의 해소만큼 결정적인 성혼배경은 유병빈곤의 탈피일 수밖에 없다. 실제 고립·빈곤의 노후불안은 당면이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상사도 많다. 후처업(後妻業)이란 말이 대표적이다.

노인유산을 노린 범죄물 소설제목이다. 2014년 발표이후 관심을 모았다. 결혼상담소에서 만난 22세 연하와 결혼한 91세 노인이 뇌경색으로 죽었는데, 알고보니 재혼아내와 상담소장이 결탁해 유산을 상속받는 은밀한 사업임이 드러났다는 스토리다.

신성한 가족구성이 악질의 비즈니스로 악용된 사례다. 그럼에도 황혼인연의 수요는 계속된다. 평생비혼을 생각했다 뒤늦게 짝을 찾는 경우까지 는다. 일본의 경우 50세 시점 비혼자는 남 28%, 여 18%에 달한다(2019년). 독특한 건 연령격차가 큰 결혼사례다. 10~20세까지 차이 나는 연상남성·연하여성 커플이 증가세다. 포용력·경제력 등 편견을 깬 고령결혼의 장점 덕분이다. 이것도 전통가족의 관념파기에 일조한다.


혼자가 두려운 ‘젊은 늙은이의 달라진 실험’

노년의 재구성은 중요한 화두다. 시대에 맞는 수정과 새로운 인식이 절실하다. 노년이니 내려놓고 물러서기만 강조해선 곤란하다.

긍정적인 노년생활을 위한 뉴노멀을 만들 때다. 새로운 가족구성을 위한 낯선 행보는 비난보다 응원이 맞다. 막는다고 막아질 일도 아니다. 적극적으로 발굴해 새로운 에너지로 삼으면 손해 볼 일은 없다. 시대이슈에 민감한 드라마·영화 등에선 일찌감치 받아들였다. ‘장수상회’, ‘같이 살래요’, ‘두번은 없다’ 등 노년 이슈를 다룬 콘텐츠가 부각되고 있다.

기술발전·예방의료로 ‘젊은 늙은이’는 대세로 부각된다. 또 노년 연애는 고립·질환·빈곤을 경감하는 심리·경제적 탈출구로 좋다. 은퇴 이후 ±30년을 나홀로 외롭고 슬프게 살 수는 없다. 적극적인 생활주체로 인생을 즐기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 본인부터 가족·사회 모두에 플러스다.

늙는다는 건 언젠가 싱글인생이 된다는 뜻이다. 이혼이든 사별이든 먼저가 아니면 누구나 혼자다. 고립염려·고독공포는 상당하다. 황혼의 신가족은 그들에게 최적의 대안이다. 황혼로멘스라고 청춘의 러브스토리와 다르잖다. 마지막 가족이 될지 모를 새로운 인연을 찾는 데는 설렘과 감동, 이해와 배려면 충분하다.

경제력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대부분 짝을 찾아봤던 임상경험까지 있다. 관록의 힘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대효과를 높인다. 일례로 복지관은 예비후보들의 인연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더 늙기 전 황혼인구의 본능발휘다. 캠퍼스커플을 CC로 부르듯 복지관커플인 BC가 되고자 경쟁한다.

그러나 ‘황혼연애→가족구성’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자녀반대와 재산정리 등 해결할 문제도 많다. 그렇다면 사귀어도 따로 살거나, 이집 저집을 오가는 반동거 같은 조건부도 나쁘지 않다. 환경은 무르익었다. 물론 찬반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노년의 재구성이 회피할 일만은 아닌 시대가 다가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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