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보이시죠. 삐죽삐죽 올라온 게 편곤이에요.”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 특별전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임지윤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전시된 정리의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리의궤는 1796년 화성이 완성되자 정조가 행차해 친위부대의 군사를 훈련한 모습을 담은 기록이다. 말을 탄 병사가 원형의 진을 만들어 사열하고 있는 장면 등 군사 훈련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고궁박물관서 조선서대 군사의례 특별전
임 연구사가 가리킨 건 마병이 손에 쥔 길쭉한 무언가다. 그림 앞에 전시된 편곤 실물을 보자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긴 편곤은 조선 후기 마병의 주력 무기다. 마병은 활, 편곤 등을 가지고 있다가 적이 100보 앞에 이르면 활을 쏘고, 50보 앞에 오면 편곤을 휘둘렀다.
그림 속 등장하는 유물을 실물로 확인하는 재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암깍지도 그 중 하나다. 암깍지는 활시위를 잡아당길 때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엄지손가락 첫 마디에 끼워 사용하는 도구다. 철종은 초상화 속에서 왼손에 반지 형태의 암깍지를 끼고 있는데, 활을 쏘는 왕의 모습을 통해 강력한 군권을 드러내고자 했다.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에서 온 상태 좋은 갑주(갑옷과 투구)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옷 안쪽에 붙이는 보호구인 갑찰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비교해볼 수 있다. 영조 때 장수들이 갑찰 없는 장식용 갑옷을 착용하고 군사 의례에 참여하자 이를 단속하고 처벌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토대로 갑찰이 없는 갑옷은 실제 전투가 아닌 군사 의례 때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초대형 괘불 미디어아트 등 볼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초대형 괘불(야외에서 불교 의식을 거행할 때 걸었던 대형 불화)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다. 이달 들어 불교회화실 입구에 마련된, 높이 12m, 폭 6m에 달하는 규모의 미디어아트 괘불은 웅장함을 자랑한다.
지난 달 새로 생긴 세계문화관 내 세계도자실도 볼만하다. 동서교류의 산물인 도자기를 주제로 한 세계도자실에서는 동양의 자기에 열광한 과거 유럽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1706년에 완성된 독일 샤를로텐부르크성의 ‘자기의 방’을 재현한 방이 대표적이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말까지 유럽에서 유행했던 중국 열풍(시누아즈리)을 실감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 파리에서 일본의 이마리 커피포트를 모방해 만든 독특한 형태의 커피포트 등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커피포트는 인형 모양의 다리가 3개인 형태로 제작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 전시 등 집에서 즐길거리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전시도 있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도 설 당일인 12일에는 문을 닫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존 전시 중 볼만한 것을 추려 ‘설맞이 집으로 ON 미술관’ 코너를 만들었다. 이중섭의 ‘애들과 물고기와 게’, 이인성의 ‘카이유’, 윤형근의 ‘다색’ 등을 편안한 음악과 함께 실제 전시장을 찾은 듯한 느낌을 받으며 감상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온라인 미술관’에 들어가면 된다.
국내 유망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에서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지난달 말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온라인 전시 플랫폼 ‘매니폴드(http://manifold.art/ko/)’를 오픈했다. 한국 유망 신진작가의 해외 미술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게 주목적이 있지만, 일반 대중이 직접 갤러리에 가지 않고도 국내 유망 작가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이화익갤러리 등 11개 화랑에 소속된 25명의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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