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인터넷 공간에서 사이버 폭력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이버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이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폭력을 경험해 봤다고 응답한 성인 비율은 65.8%였다. 1년 전보다 11.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번 조사는 방통위가 지난해 10월 한 달간 전국의 성인,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총 7,458명을 상대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나온 결과다.
성적 농담하고 경제 형편 들춰내고
성인층에서 사이버폭력 피해·가해 비율이 모두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성인의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비율은 62.7%로 1년 전보다 14.2%나 늘었다.
엄연한 피해자지만, 가해 대상을 알 수 없다는 비율이 66.1%로 압도적이었다. 피해 내용을 살펴보면 성적인 내용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식의 사이버폭력이 27%로 가장 높았고, 경제 형편 등을 들춰내 언어폭력을 가했다는 응답도 22.7%에 달했다. 언어폭력 외에도 명예훼손, 스토킹, 성폭력, 신상정보 유출, 따돌림 등 유형도 다양했다. 사이버공간에서 평소 모르는 누군가에게 생트집에 가까운 분풀이 대상이 된 이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사이버폭력 가해자도 늘었다. 먼저 혐오 댓글을 다는 식으로 시비를 걸어봤다는 성인 비율(사이버폭력 가해 비율)은 1년 전보다 8.3% 늘어난 40.9%였다. 특히 가해자 중에서 자기도 동시에 언어폭력 등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92.4%에 달했다. 사이버폭력 피해자의 가·피해 동시 경험 비율(60.3%)보다 높은데, 가해자일수록 상대를 부추겨 서로 혐오 표현 등을 주고받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장기간 집콕 스트레스…사이버에서 분풀이?
지난해 사이버폭력이 난무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콕 생활이 길어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길어진 집콕 생활로 이유 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스트레스를 인터넷 공간에서 모르는 누군가에게 분풀이로 푸는 경향이 쉽게 목격되고 있다.
반면 성인과 달리 학생의 사이버폭력 가해 비율은 9.5%로 1년 전보다 8.5%포인트 줄었다. 피해 경험은 19.7%로 0.7%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부정 영향을 끼치는 1순위로 1인 크리에이터(92.6%)를 꼽았다. 개인방송에서 주목을 끌려고 막말을 쏟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크리에이터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시범교육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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