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조수구제단 20명에 허가증부터?
엽사들 보름 간 엽총 들고 ‘산으로’
공무원, 20일 지나 "빨리 가입" 늑장 통보
경북 포항시 북구가 총기 소지 전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수렵배상책임보험 미가입 엽사 20명에게 1년간 엽총 소지 허가등을 내 줘 물의를 빚고 있다.
4일 북구 유해조수구제단(구제단) 등에 따르면 소속 엽사 20명은 이달 초 구청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빨리 수렵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라"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수렵배상책임보험은 수렵활동이나 유해야생동물 구제활동 때 총기의 소유, 사용 또는 사냥견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하는 것으로, 자동차 책임보험처럼 의무보험이다.
하지만 북구 구제단 소속 엽사 20명은 지난달 12일 구청으로부터 허가증을 받았고, 일부는 북부경찰서에 보관돼 있던 총을 받아 수렵에 들어갔다. 이후 북구지역 엽사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인근 군부대 훈련 때문에 수렵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포항 북구 관계자는 "시비를 들여 단체로 수렵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올해는 작년보다 구제단 인원이 5명 더 늘어 예산 부족으로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북구에 따르면 수렵배상책임보험 금액은 1인당 1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20만원이 조금 넘는다. 해마다 구제단으로 선발되는 엽사는 15명이고 이들의 보험료로 예산 4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올해는 구제단 인원이 20명으로 늘었고, 1인당 보험료가 23만7,010원씩 총 474만200원이 나와 74만200원이 부족했다.
포항시 북구 관계자는 "보험료가 예상금액을 초과해 보험회사와 흥정을 보던 중 단체보험 가입이 다소 미뤄졌다"며 "엽사들이 초과 금액인 3만7,010원을 각자 부담하기로 하고 뒤늦게 보험 가입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지역 엽사들은 "보험 가입 없이 허가증을 내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엽사 오발 사고는 심심찮게 발생한다. 대부분 사람을 동물로 착각해 총탄을 발사한 사고다. 지난해 10월 충남 청양군 장평면 한 야산에서는 유해조수 피해 방지 활동을 하던 40대가 동료가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8월에는 충남 당진시에서 멧돼지 몰이를 하다 오발 사고로 1명이 사망했다.
포항 북구 구제단 한 엽사는 "행정기관이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허가를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엽사들 중 누군가 사고를 냈다면 피해 보상을 놓고 큰 문제가 생길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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