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피치·알렉스·산체스·브람에 케이타까지 ..
이쯤 되면 ‘살풀이 굿을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고비 때마다 외국인 선수 부상으로 유독 애를 먹고 있는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외인 잔혹사’ 얘기다.
올 시즌 압도적인 득점 1위인 KB손보 외국인 선수 노우모리 케이타(20)는 허벅지 근육이 1㎝정도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3일부터 경기에서 빠졌다. ‘10년 만의 포스트시즌’을 위해 질주했던 KB손보는 팀 공격의 54.28%를 책임지던 케이타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상열 KB손보 감독은 “일단 3~4경기는 쉬도록 할 예정이다. 이후에 상태에 따라 경기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외국인 선수의 부상으로 고생했던 KB손보는 케이타 투입 시기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부상 치료 후 조기 투입했다가 아예 ‘시즌 아웃’됐던 알렉스ㆍ브람 사례가 오마주 되기 때문이다.
KB손보 외국인 부상
이름 (시즌) | 부상 부위 (출전 경기 수) | 후속 조치 |
---|---|---|
페피치 (2011~12) | 발목 부상 (14경기) | 국내 선수로 나머지 일정 소화 |
알렉스(2018~19) | 복근 부상 (1경기) | 대체 선수로 펠리페 영입 |
산체스(2019~20) | 어깨 부상 (0경기) | 대체 선수로 브람 영입 |
브람(2019~20) | 복근 부상 (12경기) | 대체 선수로 마테우스 영입 |
케이타(2020~21) | 허벅지 부상 (26경기) | ? |
악몽의 역사는 10년 전인 2010~11시즌 밀란 페피치(보스니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페피치는 2010~11시즌 KB손보의 전신인 LIG 유니폼을 입고 30경기(101세트)를 소화하면서 리그 득점 2위(635득점) 공격 4위(성공률 51.3%) 블로킹 5위(세트당 0.604개) 서브 4위(세트당 0.327개) 등으로 활약하며 팀의 정규리그 4위 및 포스트시즌에 앞장섰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에 1-2로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페피치는 1차전 24득점(성공률 56.8%) 2차전 41득점(72.6%) 3차전 22득점(50%)으로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재계약 한 2011~12시즌엔 14경기(48세트)만 소화하고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시즌 아웃됐다. LIG 역시 7개 팀 가운데 6위(11승 25패)에 머물며 외국인 선수 부재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2017~18시즌 KB손보는 알렉스 페헤이라(포르투갈)를 영입하며 상위권 도약을 꿈꿨다. 알렉스는 2017~18시즌 36경기(142세트)를 모두 소화하며 다음 시즌 희망을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 컵대회에서 복근 부상을 입었고, 이어진 2018~19시즌 개막전에서 부상이 재발하면서 시즌 아웃됐다. 펠리페(브라질)를 긴급 수혈했지만 하위권을 면하진 못했다.
2019~20시즌은 우여곡절이 더 깊었다. 당시 권순찬 감독은 코치 시절 대한항공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마이클 산체스(쿠바)를 영입하며 재도약을 꿈꿨다. 산체스는 2013~16년까지 3시즌 동안 대한항공에서 평균 공격성공률 52.2%를 기록한 검증된 외국인 선수였다. 산체스는 그러나 컵대회 직전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부랴부랴 대체 선수로 브람(벨기에)을 영입했지만 브람 역시 복근 부상으로 신음하다 결국 짐을 쌌다.
‘부상 이슈’는 아니지만 선수 잠재력 폭발 시기를 맞추지 못해 애를 먹은 사례도 있다. 2012~13시즌 LIG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오레올 까메호(쿠바)는 득점 5위(594점) 공격성공률 7위(50.2%) 블로킹 3위로 평범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3년 뒤인 현대캐피탈(2015~16)에서 공격성공률 1위(59.5%)로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 놓으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우리카드 코치 네맥 마틴(슬로바키아)은 2011~13시즌 대한항공에서 맹활약했지만, KB손보로 옮긴 2015~16시즌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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