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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의 직류 vs 테슬라의 교류… 전기차 시대엔 둘 다 승자

입력
2021.02.06 04: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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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전 벌인 '전류전쟁'

충전소에서 전력을 충전 중인 전기차. 게티이미지

충전소에서 전력을 충전 중인 전기차. 게티이미지

‘커런트 워(Current War)’. 전류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 단어는 흔히 1880년대 후반 미국에서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가 전기 산업의 주도권을 벌인 경쟁을 의미한다. 이 경쟁은 직류와 교류 중 어떤 것을 전기 시스템 표준으로 결정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에디슨은 직류(DC) 시스템의 안전성을, 테슬라는 교류(AC)의 경제성을 각각 강조했다. 당시 직류는 전기를 멀리 보내기 힘들어 전기를 소비하는 지역과 가깝게 발전소를 설치해야 했다. 반면 교류는 각 지역에서 변압기로 전압을 바꿔주기만 해면 됐다. 이와 같은 교류의 장점이 널리 퍼지면서, 변압이 용이한 테슬라의 교류는 에디슨이 장악하던 직류 시장을 매섭게 파고들었고, 교류가 전기 시장을 선점했다.

교류 전기를 강조했던 니콜라 테슬라(왼쪽)와 직류 전기를 주장했던 토마스 에디슨. 위키피디아

교류 전기를 강조했던 니콜라 테슬라(왼쪽)와 직류 전기를 주장했던 토마스 에디슨. 위키피디아

현재 전기의 발전, 송전, 사용 등은 교류가 이용되고 있으나 전자제품들은 대부분 직류가 이용되고 있다. 직류는 시간에 따라 전력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회로를 설계하고 해석하는데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교류를 직류로 바꿔 저장... 달릴 때는 다시 교류로

직류와 교류가 모두 중요하게 사용되는 기기도 있다. 바로 전기차다. 전기차는 교류 전기를 직류로 변환해서 저장하고, 그 전기를 다시 교류로 바꿔 달리는데 사용한다. 한정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와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기차에는 다양한 부품들이 장착된다.

우선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직류 시스템이 사용된다. 교류는 배터리에 들어가더라도 빠져나가는 특성이 있어 저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탑재형충전기(OBC)’라는 부품을 이용해 상용전원(교류)을 직류로 변환해서 고전압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OBC를 통해 저장된 전기는 이동을 위해 전기모터를 구동하거나 차량 내 제어 장치 전원을 공급하는데 사용된다.

전력 송전탑. 게티이미지

전력 송전탑. 게티이미지

전기차를 제어하는 장치 대부분은 배터리의 직류를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차를 달리게 하는 전기모터 대부분은 교류를 필요로 한다. 직류 모터는 고효율,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소음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1,000마력을 발휘하는 전기 레이싱카 등 일부에만 탑재될 뿐, 대부분 전기차는 교류 모터가 장착된다.

배터리에 직류 형태로 저장된 전기로 교류 모터를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인버터’가 필요하다. 인버터는 자동차의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고전압 리튬 배터리의 직류 전압을 교류 전압으로 변환해 구동 모터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 감속페달을 밟을 때 전기 모터의 발전 에너지를 회수하고, 직류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전기에너지를 조절해 모터의 회전 속도와 토크를 제어하는 것이 인버터의 역할이다.


급속 충전은 직류로, 완속 충전은 교류로

차세대 전기차에서는 인버터가 ‘통합충전시스템(ICCU)’으로 한 층 업그레이드된다. 전기차가 움직이면서 발생한 운동에너지나 태양광패널 등을 통해 생산된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되고, 이 에너지를 외부 전력망으로 전송할 때 ICCU가 변환과 전압을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된다. 차세대 전기차는 양방향 충전 기능을 갖추게 되면서 전기를 생산하거나 저장이 가능한 ‘움직이는 발전소’가 되는 것이다. 이런 기능은 야외활동이나 캠핑 장소에서 전자제품을 작동하는데 사용하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 실제 현대차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에 저장된 전력은 17평 에어컨 한 대와 55인치 TV를 동시에 24시간 가량 가동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탑재되는 전기모터.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탑재되는 전기모터. 현대자동차 제공

전기차가 교류 전기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구동 모터를 제외한 다른 전장 부품들은 12볼트(V) 직류로 작동된다. 고전압 배터리에 충전된 직류 전기를 차량 내 공조장치와 점등장치, 멀티미디어기기, 각종 차량 제어장치 등에 적합한 저전압으로 낮춰 12V 배터리에 공급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부품이 저전압 직류변환장치(LDC)다. LDC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발전기인 ‘얼터네이터’를 대체할 수 있다. 내연기관 차량은 12V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서 얼터네이터가 필요하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회생제동 기능이 발전기를 대체하고, 고전압 배터리에 충전된 전력을 LDC가 전압을 낮춰 12V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런 방식은 차량 부품수를 줄이고, 구동동력을 뺏앗지 않기 때문에 연비 효율 차원에서도 한층 유리하다.

전기차는 충전 방식에서도 직류와 교류 전기를 모두 사용한다. 급속 충전기는 직류 전기를 별도의 변환을 거치지 않고 배터리에 충전한다. 때문에 같은 용량을 완속 충전보다 약 8~10배 가량 빨리 충전할 수 있다. 급속 충전은 신속성이 뛰어나지만,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완속 충전은 교류 전기를 직류로 변환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신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적게 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140여년 전 펼쳐졌던 전류전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대부분이 교류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는 테슬라의 승리로 평가됐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고, 직류 전기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에디슨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직류와 교류를 모두 사용하는 전기차 시대에서는 에디슨과 테슬라 모두가 승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전기차 탑재형 충전기(OBC).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의 전기차 탑재형 충전기(OBC). 현대모비스 제공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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