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화폐 6.4억장 중 만원권 4.8억장
유통된 지 13년... 발행 물량도 많아
"코로나19로? 화폐정사 더 엄격히 진행"
지난해 폐기된 손상화폐가 5만원권 발행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불에 타거나 손상돼 교환된 화폐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한국은행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낡은 화폐를 더 적극적으로 걸러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화폐 6억4,260만장(4조7,644억원)을 폐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전년(6억4,040만장)에 비해 220만장(0.3%) 증가한 것으로, 5만원권이 발행된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폐기된 지폐(은행권)는 6억850만장이었고, 동전(주화)은 3,410만개였다.
폐기된 화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만원권(4억760만장, 은행권 중 67%)이었다. 현재 쓰는 만원권 신권은 2007년부터 유통됐는데, 초기 제조된 지폐 중 손상 정도가 심한 물량이 다량 회수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만 21억장에 달하는 만원권이 발행됐다.
한은 측은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폐정사 과정을 더욱 엄격하게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화폐정사란 한은으로 회수된 화폐를 검사해, 낙서가 돼 있거나 오염·훼손이 심한 화폐는 폐기하고 사용이 가능한 화폐만 선별해 재발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손상화폐를 보다 적극적으로 골라내 전년 대비 23.9% 더 많은 만원권이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민들이 은행 등에서 교환해 간 손상화폐는 4,720만장(106억9,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40만장(33억원) 증가했다. 99% 이상이 동전이었지만, 손상된 5만원권의 경우 전년 대비 55.4%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손상 이유는 다양했다. 장판 아래 돈을 보관하다 겨울철 보일러를 가동하자 지폐가 열기에 눋기도 했고,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둔 돈이 습기와 곰팡이로 훼손되기도 했다. 아파트에 화재가 나 3,100만원 어치 5만원권이 불에 탄 사례도 나왔다. 한 사회복지단체가 모금된 불우이웃돕기 성금에서 분류해낸 손상된 동전은 150만원어치나 됐다.
한은 측은 "유통 수명이 다한 낡은 화폐를 제외하면, 지난해 화폐 손상의 가장 큰 이유는 부적절한 보관이나 화재, 세탁기·세단기 투입 등 취급 부주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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