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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 불기소한 검사, 누명 피해자에 사과 뜻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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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 불기소한 검사, 누명 피해자에 사과 뜻 밝혔다

입력
2021.0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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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책임 인정된 검사 등 1심 판결에 항소
누명 피해자 대리인 박준영 변호사, SNS에
"진정한 사과땐 배상책임 감면 위해 노력"

지난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씨가 지난달 13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재심 및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가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씨가 지난달 13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재심 및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가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스1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발생 당시 억울하게 살인범 누명을 쓴 피해자가 최근 국가배상 판결을 받은 가운데, 잘못된 수사로 배상 책임이 인정된 이 사건 담당 검사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검사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그가 져야 할 손해배상 책임의 감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약촌오거리 사건’ 누명 피해자인 최모씨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가 된 김모 당시 담당검사와 이모 당시 경찰반장은 1심 법원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3일 최씨와 그의 가족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최씨에게 13억여원을 지급하라”면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김모 검사와 이모 반장도 전체 배상금의 20%씩을 국가와 함께 공동부담하라”고 밝혔다.

해당 판결은 법원이 공권력 행사의 책임을 지는 국가뿐만 아니라, 검사와 경찰관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법원은 김 검사가 진범을 잡고도 면밀한 검토 없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반장을 포함한 경찰 역시 최씨를 불법구금한 데 이어, 가혹행위를 하는 등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김 검사의 경우, 법원 선고 이후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한다. 최씨를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사가 항소를 하기 전 제게 전화를 걸어 왔다”며 “항소가 책임을 부인하기 위함은 아니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어 “사과는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고, 진정성에 대한 판단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군과 가족들이 할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당시 검사가 처한 상황 등을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과와 관용에 인색한 우리 사회에 이 사건을 통해 고민을 던져 보겠다”고도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사과의 힘’이라는 제목의 책을 언급하며, 사과에는 세 가지 ‘R’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대방에게 고통과 피해를 줘 미안하다는 유감(Regret) 표명, 윤리적이고 법적인 책임(Responsibility)을 인정하는 것, 마지막으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서의 치유와 보상(Remedy)이 있어야만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박 변호사는 “1심 소송 중에 사실 (피고인) 검사와 경찰에게 법정 밖에서 조용히 만나 사과를 한다면,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검사는 ‘현직에 있다 보니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고, 경찰은 도리어 “최씨가 진범이 맞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어쨌든 박 변호사의 전언대로라면, 1심 선고 후 검사는 결국 사과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검사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최씨와 가족은 검사가 지는 손해배상 책임의 감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도 책임을 그대로 져야 한다면, 누가 용기를 낼 수 있겠냐”면서 다음과 같은 구절로 글을 맺었다.

삶 속에선 언제나 밥과 사랑이 원한과 치욕보다 먼저다.

김훈, 망월동의 봄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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