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코로나 위기에도 작년 집값 8.7%↑
분양가 뻥튀기하려 지하철 역사 위조
다주택 선납금 부담 줄이려 위장이혼
대출 규제, '이혼 후 매입 금지' 등 칼날
경기 활황에 부동산 돈 몰려 버블 여전
"美·유럽 보다?中?주택 건설 5배 많아"
중국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가격은 8.7%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1분기 급락했지만, 4월 이후 ‘V’자로 반등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평균 주택가격도 33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처럼 돈이 몰리면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려는 ‘꼼수’가 속출하고 있다. 분양업체가 지하철역을 가짜로 만들어 인근 아파트 가격을 높이려다 적발되는가 하면, 중국 각 지역에서 ‘이혼 후 주택구입 금지기간’을 속속 공표하며 투기 수요를 억누르는 상황이다. ‘2주택’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으로 눈을 속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소리가 들리면 황금이 만 냥”
중국 부동산업계의 격언으로 통하는 말이다. ‘역세권’의 경우 주택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는 의미다. 한국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 대도시 일부 ‘학세권(학교 근처)’ 주택의 경우 평방미터(㎡) 당 가격이 10만위안(약 1,700만원)을 돌파한지 오래다.
지난해 10월 중국 산둥성 지난시. 지하철 8호선 마크가 선명한 역사 출입구 표지판이 시선을 끌었다. 성인 남성 키의 4배는 됨직한 사각기둥 모양의 구조물이 대형 트럭으로 옮겨져 보행로 옆 공터에 설치됐다. 역명 옆에는 인근에 짓는 아파트 브랜드와 전체 지하철 노선도까지 새겨져 있었다. 영락없이 지하철이 새로 뚫린 것으로 착각할 만했다.
하지만 주위에 신축 역사는 보이지 않았다. 시에서 개통했거나 건설 중인 지하철은 고작 1~3호선에 불과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8호선 표지판이 등장하자 인터넷에서는 진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확인한 결과 부동산업자가 만든 가짜 표지판이었다. 근처에서 아파트(6개동ㆍ722가구)를 분양했는데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중국 상하이시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걸어서 5분 거리(300m 이내) 주택은 ‘초역세권’, 10분 거리(600m 이내)는 ‘준역세권’, 15분 거리(1㎞ 이내)는 ‘근접 역세권’으로 분류한다. 1㎞를 벗어나면 사실상 역세권이 아니라는 의미다. 당국은 해당 업자에게 49만위안(약 8,330만원)의 과태료를 매겼다.
“이혼해도 최소 2년은 집 못 산다”
중국에서 '주택 투기'와 '실거주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서우푸(首付)’라고 불리는 주택구매 선납금이다. 서우푸 비율이 높으면 집을 사는데 망설일 수밖에 없다. 가령, 시세 500만위안(약 8억5,000만원)짜리 집을 구입할 경우, 무주택자는 35%의 서우푸를 적용해 175만위안을 먼저 내지만 다주택자라면 최소 60%가 적용돼 아무리 적어도 300만위안을 선납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차이가 125만위안(약 2억1,250만원)에 달해 다주택자의 부담이 훨씬 크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율도 다주택자는 무주택자에 비해 높게 책정된다.
그래서 법의 사각지대를 노려 등장한 편법이 ‘위장 이혼’이다. 부부가 2채 이상을 보유하기 위해 서류상 이혼하고 별개 가구로 등록한 뒤 한쪽 당사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더 적은 비용으로 다주택자의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가짜 이혼이 성행하면서 중국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에 안후이성 허페이에서는 지난달 5일부터 이혼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는 부동산을 추가로 구입할 수 없도록 감독을 강화했다. 또 이혼 후 6개월 이내에는 주요 5개 은행에서 신규 대출도 금지된다. 초강력 투기 억제 방안인 셈이다.
중국 전역에서 유사한 조치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열기가 완연히 달아오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장쑤성 난징과 우시, 저장성 닝보에서 ‘2년 금지’ 또는 ‘가정 실태조사’ 규정을 시행했고, 상하이와 저장성 항저우는 감독 기간을 3년으로 늘렸다. 광둥성 선전은 혼인상태와 세대원 가구수, 대출규모 등을 실시간 확인하는 조회 메커니즘을 운영해 위장 이혼을 단속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투기 변질…당국은 잇단 규제 칼날
중국 부동산 전문 연구 플랫폼 베이커연구원이 지난달 22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응답자의 61.3%가 “내 집이 없다면 결혼생활의 시작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남성(42%) 보다 ‘세 들어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높다. 또 전체 응답자의 75%는 “집을 사야 비로소 가정생활의 소속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어떻게든 집을 구입하려 열성적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내 집 마련 의욕이 넘쳐 투기로 번진다면 상황이 다르다. 이에 중국의 경제정책을 정하는 최고위급 회의체인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지난해 말 '2021년 부동산 정책 방향'을 조율하면서 “부동산 소유자의 투기 엄금”을 강조했다. 중국 사회과학원도 “올해 도심과 대도시, 광역도시권에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을 넘어 과열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훙(倪虹)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 부부장은 "주택은 투기가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따라 당국은 과열된 주택시장을 식히기 위해 규제의 고삐를 더 바짝 조이고 있다. 베이징시 은행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1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 대출을 부동산 투자에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조사하라”고 시중은행에 지시했다. 상하이, 선전, 항저우, 광저우 등 중국 주요도시도 잇따라 대책을 내놓으며 주택 구매자의 자금 출처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 60조원이 넘는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며 힘을 보탰다.
중국에 몰린 부동산 자금 5경8000조원...미국의 두 배
당국의 규제는 일단 효과를 보고 있다. 유력 부동산 개발업체 화샤싱푸조차 자금부족으로 52억5,500만 위안(약 9,080억원) 규모 대출을 연체하며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중국 매체들은 "단시간에 자금을 조달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거품을 막으려 개발업자의 자금조달과 부동산 투자를 규제하고,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부족까지 겹친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중국은 전년 대비 최소 8% 이상 고성장을 예고하며 경기 활황을 자신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와 달리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중국 부동산에 몰린 자금은 52조달러(약 5경8,000조원)에 달해 미국 부동산 시장의 두 배에 육박한다. 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 부동산 회사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보다 36% 급증한 1조2,000억위안(약 208조1,400억원)에 이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합한 것보다 5배나 많은 집을 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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