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4개월 연속 0%대 상승... 저물가 기조
사과 등 작황 부진으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전세도 2년 3개월 만 최대 폭 상승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0%대 낮은 상승률을 이어갔지만, 과일·채소·계란 등 밥상물가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최장기간 장마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작황이 부진한 데 더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축산물 가격도 오른 탓이다. 또 최근 전·월세 대란으로 전셋값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0%대 저물가 이어지는데... 파 가격 77% 상승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47(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1.0%를 기록했으나 이후 △10월 0.1% △11월 0.6% △12월 0.5% 등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지만, 농축수산물 등 국민이 체감하는 밥상물가는 예외였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사이 10.0% 상승해 전체 물가를 0.79%포인트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보면 파 가격이 76.9% 올랐고, 양파(60.3%), 사과(45.5%), 고춧가루(34.4%) 등도 상승 폭이 컸다.
특히 축산물 가격은 1년 사이 11.5% 올라 2014년 6월(12.6%)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고병원성 AI의 영향을 받은 계란값은 전년 대비 15.2% 올랐고, 코로나19로 집밥 소비가 늘면서 돼지고기(18.0%), 국산 쇠고기(10.0%) 등 육류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전·월세 대란에 전세 1%·월세 0.4% 상승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집세 물가도 0.7%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셋값이 1.0% 뛰었는데, 이는 2018년 10월(1.1%)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월세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12월과 같은 0.4%였다.
통계청 물가동향 조사는 시세를 반영하는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가격 통계와 달리, 표본 가구의 실제 계약을 기반으로 집계된다. 그만큼 현재 전·월세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격 상승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망에 대한 질문에도 "최근 전셋값 상승 추이가 있기 때문에 그 추세는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유가·정부 정책이 물가 끌어내려
하지만 석유류, 공공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내렸다. 석유류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6% 하락했고, 전기료도 유가 하락 추세를 반영해 2.1% 인하됐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에 힘입어 1년 사이 2.1% 하락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9% 올라 2개월 연속 1%를 밑돌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0.4% 상승했다.
이정현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농산물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오르고 있다"면서 "석유 가격 하락, 정책 지원에 물가가 낮아지는 부분도 있어 전체적으로는 0%대 물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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