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동계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누적 상금 1위 박상현(38ㆍ동아제약)이 새 시즌 갤러리들과의 호흡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초유의 무관중 시즌을 경험한 그는 “갤러리와의 소통과 팬 서비스를 좋아하는 내게 지난해는 힘든 한 해였다”며 “2021 시즌엔 꼭 코로나19가 수그러들어 갤러리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후배들 기량 향상, 김주형에 눈길
최근까지 동계 전지훈련을 진행한 제주시 골프존카운티 오라에서 만난 박상현은 “해외를 나가지 못한 지난해 국내 투어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수년 전에 비해 후배들 수준이 확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비거리가 중위권 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해는 중하위권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전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그는 “올해는 트레이너를 두고 체력을 키우고 있다”며 “일주일에 5차례 정도 훈련한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해 지켜본 후배 가운데 가장 눈에 띈 선수는 군산CC오픈에서 코리안투어 최연소 프로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김주형(19ㆍCJ대한통운)이다. 박상현은 “호감형 얼굴인데 승부를 걸 땐 눈빛이 달라진다”며 “앞으로도 정말 잘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한 번쯤 꼭 동반 라운드를 하고 싶었는데, 미국으로 날아가 버리더라”며 “정 안 되면 내가 미국을 한 번 가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불혹 앞두고도 큰 꿈, PGA투어 4대 메이저 출전
지난해까지 코리안투어에서 통산 8승과 누적상금 35억원을 돌파한 그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국내에선 3승을 기록한 2018시즌 이후 우승은 없지만 꾸준한 성적을 내다 보니 TV를 켜면 항상 나오는 선수다. 그는 “프로 생활 16년 동안 항상 발전하려고 노력한 게 비결”이라면서 “내가 골프를 언제까지 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들과 경기하는 게 좋아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대회에 나서고 싶다”고 했다.
박상현은 향후 50억원 돌파를 목표로 잡아두고 있다. 그는 “가장 많은 상금을 쌓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면서 “향후 10년, 20년이 흘러도 후배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상금뿐 아니라 더 큰 무대도 꿈꾼다. 코리안투어와 JGTO, 아시안투어, 유러피안투어를 경험한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뛰어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그는 2018년과 2019년 밟았던 디 오픈만 경험해 봤다.
2023년까지 '박카스 아저씨'
코로나19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박상현은 모자에 ‘박카스’를 붙여 준 동아제약과 2023년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2015년부터 이어온 인연으로 골프계에선 “피로회복제 광고를 붙인 박상현은 피곤해도 절대 티를 못 낸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박상현은 “골프 팬들이 내 이름은 기억 못 해도 ‘박카스 아저씨’ 하면 ‘아, 그 사람’을 떠올린다는 게 기분 좋다”며 “2018년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선 최종라운드 전반 8번홀까지 선두에 뒤지던 내게 갤러리가 박카스를 건네줬는데 그걸 마신 직후부터 버디를 쏟아내 우승했다”고 떠올렸다. 실제 그는 8번홀부터 버디 6개, 보기 1개로 이성호(34)에 역전승을 거뒀다.
올해도 골프 팬들의 피로회복제가 되고 싶다는 그는 일단 대회 참가 계획을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할 계획이다. JGTO를 주무대로 삼는 그는 “일본에 가서 2주, 한국에 와서 또 2주를 자가격리 해야 하는 현재로선 전반기를 일단 국내 투어에 전념한 뒤 후반기쯤 일본으로 가서 시즌을 마무리 하는 게 현실적인 계획”이라며 “여느 때처럼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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