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낮 12시 40분 남동구 인천시청사 후문 앞. 밖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공무원들이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원샷'하듯 급하게 들이켰다.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들고 청사로 들어가려던 또 다른 직원은 "(컵을) 품에 숨겨야 하느냐"며 갈팡질팡했고, "다 마셔버리고 들어가죠"라는 동료 말에 발걸음을 되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청사 출입문 앞에서는 '일회용컵 노(NO)', '일회용품 없는 청사 함께 만들어요'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든 시 직원들이 이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날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선언하면서 박남춘 인천시장이 "우리부터 쓰레기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며 도입을 예고한 '일회용품 청사 반입 전면 금지' 시행 첫날이었다.
비슷한 시간 청사 내 카페.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일찍이 예고된 덕분인지, 이용객들은 하나같이 텀블러, 머그에 음료를 담아가고 있었다. 재활용 마크와 '인천광역시'가 인쇄돼 있는 텀블러 전용 에코백을 든 직원도 눈에 띄었다. 카페 관계자는 "오늘부터 공무원은 개인컵을 사용해야 하고 외부 민원인에게는 머그잔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이 때문에 평소보다 손님이 조금 줄었다"고 귀띔했다.
음식물 쓰레기와 자원 낭비도 차단
인천시가 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과 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은 일회용품과 자원 낭비, 음식물 쓰레기가 없는 '친환경 3무(無) 청사'를 구현하기 위한 것. 대외적으로 쓰레기 감축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 만큼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청사 안에서는 앞으로 공식 행사 때도 일회용품을 쓸 수 없다. 일회용기에 담겨 배달되는 음식도 반입이 금지된다. 시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에게는 휴지와 물티슈도 손수건과 걸레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출입구에는 컵 보관대도 설치됐다. 일회용 컵을 들고 민원 업무를 보러 오는 외부인을 위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청사 구내식당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감량기가 설치됐고, 사무실 내 개인 쓰레기통도 없애고, 층별로 분리수거함을 설치했다.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자는 취지다. 시는 직원들을 위한 개인용 수저 보관용기, 외부인을 위한 다회용컵 세척·살균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500원짜리 다회용 컵 등장...우려 목소리도
이날 시청사를 시작으로 '일회용품 반입 금지'는 다음달부터 인천시의회와 시 산하 직속기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사업소·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교육청, 구·군 등 지역 내 모든 공공기관 청사로 확대 적용된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다 보니 시청 주변 카페, 음식점, 시 산하 공공기관 인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시청사 앞 한 카페는 일회용 종이컵 대신,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내기 시작했다. 이 경우 소비자는 컵 가격으로 500원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또 한 음식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깊숙이 넣어놨던 배달 음식용 다회용기를 다시 꺼냈다.
일각에서는 인천시의 이 같은 조치가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다회용기는 수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이 아닌 사무실에서는 기피할 수밖에 없다"며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공무원들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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