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 명목 수련생 상습 폭행하고 복종 강요
피해자, 맞으면서도 "내가 잘못해서…" 자책
게티이미지뱅크
전통 무예를 가르친다며 수련생을 훈육 명목으로 욕설과 함께 상습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관장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관장은 수련생들에게 자신을 도인이나 스승으로 부르게 했고, 숨진 피해자뿐 아니라 다른 수련생에게도 폭력을 가하며 복종을 강요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폭행치사·특수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모(52)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전통무예도장을 운영하던 문씨는 2018년 9월 자신이 주문한 영어번역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련생 A씨(사망 당시 32세·여)를 목검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5월엔 A씨가 휴대폰을 만진다는 이유로 ‘미친x아, 휴대폰 꺼’ ‘썅x아’ 등의 욕설을 하고, 길이 70㎝ 목검으로 머리와 등, 종아리를 39차례 때렸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문씨가 스스로를 ‘스승님’으로 호칭하며 수련생들에게 절대 복종을 강요하고, A씨 등이 이에 그루밍(길들이기) 당한 정황도 드러났다.
1심은 “A씨 수첩에는 본인이 ‘스승님’으로부터 맞았다거나, 다른 수련생들이 누군가로부터 맞았다는 기재가 상당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 수첩엔 매를 맞았다는 명시적 기재는 없고, (대신) 자기반성만 가득하다”면서 "이는 A씨 수첩에 기재된 것보다 문씨의 폭행 횟수가 많고, 훈육 명목의 폭력이 일상적이었으며, A씨도 '내가 잘못해 맞은 것이다'라는 심리상태에 있었음을 뜻한다”고 판단했다.
주변인 증언에 따르면 A씨는 문씨의 '도복 빨래’를 맡은 것은 물론, 사망 수개월 전부터는 거의 매일 문씨가 지시한 번역 일을 하면서 전화로 심한 욕설과 함께 질책을 받았다.
문씨와 도장 관계자 등은 A씨 사망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통화내역·사진 등을 감추려 휴대폰을 바꾸거나 숨기며 증거를 은닉하려 했다. 수사 초기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고, 유의미한 목격자 진술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경찰은 폭행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해 도장에서 상습폭행이 벌어졌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도 문씨가 A씨 등 수련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훈육 명목의 폭력을 가해온 상황, A씨가 당시 다른 곳에서 폭행당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폭행사실을 인정했다. 1심은 “문씨는 단순히 범행을 부인하는 걸 넘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