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제기ㆍ신고는 37% 그쳐
90%가 보복 당한 경험
“새로 온 상사가 직원들에게 수당을 자기 마음대로 주고, 강제로 본인 집안일을 시켜요. 여직원들에게는 ‘내가 술집을 차리면 치마 입고 서빙 하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상적으로 합니다.”
노동인권 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다.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2020년 10월 이메일로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신고 486건을 전수조사 한 결과, 대다수인 89%(324건)는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이었다고 31일 밝혔다. 특히 이 같은 성희롱은 직장 내 괴롭힘을 동반하는 경우가 68.7%(250건)에 달했다.
또 피해자 가운데 여성이 83.2%(404건)이었는데, 남성도 12.9%(63건)나 됐다. 피해자의 성별이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 남성 직장인은 이메일을 통해 “회식 자리에서 여성 팀장이 자기 입에 먹을 것을 넣어달라고 강요했다”고 하소연했다. 피해가 다수인 경우도 22%(72건)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쉽게 신고하거나 문제제기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피해 사례 중 성희롱 문제를 제기·신고한 경우는 37.4%(136건)에 그쳤다. 문제 제기ㆍ신고한 사람 가운데 52.9%(72건)가 따돌림·소문·배제·인사발령·해고 등 ‘적극적’ 불이익을 겪었고, 37.5%(51건)는 무시·신고 미처리 등 ‘소극적’ 불이익을 경험했다.
조사에 참여한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성희롱을 직장 내 괴롭힘과 별개로 법제화하고 있지만, 성희롱 제보 분석 결과는 직장 내 성희롱이 수직적 권력관계에 기반해 괴롭힘과 성차별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신고 후 노동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보복을 받는 경우가 많아 신고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해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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