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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원전 논란, 색깔론 부추길 일인가

입력
2021.02.0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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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 세번째)이 3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게이트 진실을 이실직고하라"고 촉구했다. 뉴스1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 세번째)이 3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게이트 진실을 이실직고하라"고 촉구했다. 뉴스1

탈원전 관련 산업자원부의 삭제 문서 중 북한 원전 지원 문서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권이 색깔론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했다”며 “충격적 이적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다. 홍준표 의원 등은 “틀린 말이 아니다”며 김 위원장을 엄호했고 국민의힘은 31일 “대통령이 답하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불법적으로 문서를 삭제해 빌미를 주긴 했지만, 야당이 불확실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종북 논란을 키우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김 위원장의 주장은 문서 제목만 보고 ‘북한 원전 건설’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에서 비약이 있다.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원전 지원을 검토했을 가능성은 있다. 1990년대에도 우리 정부는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경수로를 지어주는 사업을 진행하다가 중단했었다. 이를 두고 이적행위라고 하는 이는 없다. 삭제된 문서 중 220여개가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것이라는 주장(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나왔는데, 실제 보수 정권도 대북 발전 지원 사업을 검토했었다. 적절한 절차와 목적에 따라 진행된다면 대북 지원을 문제삼기는 어렵다.

정부는 문서 삭제로 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책임을 느끼고, 좀더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대북 관계를 고려해 관련 내용을 다 공개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법적 조치 등 강력 대응”을 밝히고 ‘남북정상회담에서 원전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정도로는 의혹이 불식되지 않는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USB를 건넸다는 보도가 “악의적 왜곡”(조한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라고 반박한 것도, 건넨 사실 자체는 당시에도 보도된 점에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삭제된 문서들이 언제, 어떤 성격으로 작성된 것인지를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

역대 정부의 검토용 문서라면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비판 공세를 키우는 것을 보면 “선거철 역병처럼 번지는 북풍 공작 정치”라는 민주당 논평이 괜한 말이 아닌 듯하다. 종북몰이로 선거판을 끌고가는 것은 국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구시대적 정당임을 드러내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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