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동결...인플레이션 나타나도 저금리 유지
백신 접종 중요 변수...고용수준 만족해야 기조 변화
예상대로 올해 첫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큰 변화 없이 끝났다. 기준금리는 11명의 위원 만장일치로 동결하기로 결정됐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연준, Fed) 의장도 "테이퍼링(점진적 긴축)에 대해 언급하는 건 너무 이르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다만 이번 FOMC 정책결정문과 파월 의장 기자간담회에선 '백신'과 '고용'이라는 힌트가 나왔다. 미국 경제 회복과 인플레이션, 금리 조정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열쇠가 이 두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제로금리' 동결 유지... 현 경제 상황 판단은 부정적
미 연준은 27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 0.00~0.25%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금리를 1%포인트 크게 내려 현 수준으로 낮춘 뒤 7번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규모와 구성 등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은 이전에 비해 다소 악화됐다. 연준은 이날 정책결정문에서 "최근 몇 달 동안 경제활동과 고용 회복 속도가 완만해졌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번 "경제활동과 고용은 계속 회복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연초 수준을 크게 하회한다"는 평가보다 다소 부정적으로 바뀐 평가다.
실제 지난해 말 조금씩 회복되던 미국의 경기 지표는 최근 소폭 악화됐다. 지난달 비농업 분야 고용이 코로나19 사태 초반이었던 4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연준 언급의 영향을 받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2%대 큰 폭 하락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두 달여 만에 달러당 1,110원을 돌파했고, 코스피(-1.71%)와 코스닥(-2.50%) 모두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 나타나도 고용 수준 만족할 때까지는 금리조정 없다
이날도 연준과 파월 의장은 '최대 고용'을 수 차례 언급했다.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더라도 '완전고용'이라는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대유행이 시작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900만개 일자리 손실이 있으며,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을 포함해 실업률이 10%에 달한다"며 "완전고용과 시간에 걸쳐 평균 2%의 인플레이션을 추구하는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회가 연준에 부여한 역할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재정안정"이라며 '고용'을 가장 중요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연준은 '완전고용'의 기준을 명확히 밝힌 적은 없으나, 단순히 고용률 수치만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노동에 참여해 우리의 책무인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것과 관련되기 때문"이라며 "여성, 소수자 등 다양한 인구 집단 중 다수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고용되지 않았다면 완전고용에 도달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파월 의장 "백신 접종이 무엇보다 중요"
연준은 이번 정책결정문에 처음으로 백신에 대한 기대감을 담았다. 향후 경제 방향이 백신 접종 진행 상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백신 접종 등으로 올해 하반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기본적인 시나리오지만, 전염력이 높고 위험한 변종의 등장 등 여전히 경기 전망에 위험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1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접종을 하고 있지만 집단 면역력에 도달할 때까지는 백신 배포 지연이나 변종 바이러스 출현 등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현재로서는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보이고 있는 주택·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 문제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제로금리 상황이 자산 거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을 차단한 것이다. 특히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집값 문제에 대해서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더 큰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등의 일회성 수요가 있으며, 이는 주택 공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나가는 현상으로, 주택 가격 인상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발언으로 국내에서 불거지던 '조기 금리인상'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 시장에 '영끌', '빚투' 열풍이 번지면서 정치권 등에서는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저금리와 자산가격 사이의 연관성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고 단언하면서 당분간 우리나라도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해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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