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연례협의 브리핑...확장재정·통화완화 지속 권고
"피해 큰 분야에 정부 지원 집중"… 선별지원 긍정적
3년 뒤면 채무비율 60% 달해 여유가 많지는 않은 편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재정 상황을 두고 "추가적인 완화 여지가 있다"며 확장 재정 기조를 권고했다. 한국 상황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 수준이 적정하다"며 구체적 숫자도 제시했다.
다만 지난해 43.9%였던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2024년이면 이미 60%에 근접할 것으로 보여, 재정 여력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100조원 수준의 초슈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다면 올해 채무비율은 50%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한국 경제, 재정ㆍ통화정책 여력 충분
IMF는 28일 공개한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 발표문에서 “피해를 입은 근로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적 이전지출’을 늘리고, 공공 투자를 가속화 할 여지가 있다”며 확장 재정 기조 유지를 권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경제 회복을 견고히 하고 인플레이션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에 가깝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완화조치를 할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IMF가 계속 정부 재정 씀씀이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경제 정상화 속도를 높이고, 구직 단념자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불러오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도 “재정 여력이 있는 나라들의 공공투자와 국제공조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한국 경제팀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 미션단장(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한국 경제는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의 경제 위축을 경험하며, 코로나19 충격을 잘 극복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당국이 시행했던 효과적인 방역과 포괄적인 통화·재정·금융 조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IMF는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최근 발간한 GDP 전망이 3.1%지만, 이는 4분기 실질 GDP 수치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전망치를 소폭 상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준칙 긍정적… 국가채무비율 60% 적절
바우어 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각 나라마다 권고할 수 있는 적정 부채 수준은 차입에 드는 비용, 상환 능력, 소득 수준 등을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한국의 적정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채무비율이 43.9%였던 점을 감안하면, IMF가 보기에 재정 여력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씀씀이에도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7.3%에 달하고 내년에는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계획상 3년 뒤인 2024년이면 채무비율은 60%에 근접하게 된다. 재정에 그렇게 큰 여력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한국의 GDP(약 2,000조원)를 고려할 때 확장재정을 통해 예상보다 10조원 가량의 적자국채를 조달하면 국가채무비율이 약 0.5%포인트가량 높아진다. 지금 당장 코로나19 극복을 뒷받침할만한 수준은 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것처럼 100조원 수준의 대규모 추경 편성을 하는 것은, 확장재정 기조를 권하는 IMF 기준으로도 다소 무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피해 큰 분야 지원 공감… 손실보상 긍정적
IMF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경제 회복이 불균등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제도,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바우어 단장은 “피해가 가장 큰 분야에 정부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이전지출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말이 되는 부분”이라며 “다른 모든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영구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교한 지원·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영업자의 소득이나 매출에 대한 정보 파악이 쉽지 않다”며 “(손실보상) 조치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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