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우울증이 더 심각해졌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아예 ‘코로나 블루’라는 명칭까지 자리 잡을 정도입니다. 외출이 어렵고 사회적 교류가 적어지면서 고립감을 느끼는 게 그 이유로 알려져 있죠.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과 사별한 반려인들의 정신건강은 코로나19 시국에 더 악화되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짐작을 일부 확인할 수 있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 ‘코로나19가 확산된 기간 동안 영국 내 펫로스 증후군 상담이 급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블루크로스 동물 자선단체’(The Blue Cross animal charity)는 “최근에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직전인 동물의 반려인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반려인들은 대부분 반려동물의 임종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해 왔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동물병원 출입도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블루크로스에서 펫로스 지원 서비스를 맡고 있는 활동가 다이앤 제임스 씨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상담을 요청한 반려인들의 전화 건수가 2019년 12월보다 3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임스는 코로나19로 반려동물 화장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점도 반려인들의 슬픔을 더욱 크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려동물과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면서 느끼는 우울감이 더욱 크다는 뜻이죠.
문제는 이들의 심정적인 고통이 잘 공감받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제임스 씨는 “여전히 영국 내에서 소수의 사업장만이 펫로스 관련 휴가를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임스 씨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직원에게 휴가를 제공하는 회사가 더 늘어나는 건 중요한 일”이라며 “회사의 임원들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직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심리지원을 제공하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년간 펫로스 상담가로 활동해온 던 머레이(Dawn Murray) 씨 역시 “반려동물과의 사별이 직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이해하는 기업의 성장률은 매우 높아지는 걸 지켜봤다”며 기업들의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펫로스 증후군’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펫로스 증후군과 관련된 기업 복지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영국과 같이 전화상담이 늘었다는 보고가 전해지진 않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반려인이 늘었다는 건 영국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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