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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시장이 되려고 하시나요

입력
2021.01.28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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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사. 홍인기 기자

서울시청사. 홍인기 기자


또다시 선거철이다. 성추문과 몰염치로 시작된 선거임에도 판세, 구도, 전략 등 온갖 말의 성찬들 속에서 반성이나 원칙 같은 정치적 도의는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벌써 많은 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겸양이 미덕이란 말이 무색하게 서로가 자신이 당선되어야 할 이유를 확신에 찬 어조와 결기 어린 눈빛으로 외친다.

서울시장은 조금 특별하다. 도시의 크기와 영향력, 상징성이 남다르다 보니 서울시장 이름은 전 국민이 안다. 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장관급 대우를 받고,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있으며, 당선만 되면 정치적 체급이 일약 대권주자급으로 팽창하는 자리다. 실제로 역대 시장은 유력 대권주자, 국무총리, 집권여당 대표, 대통령이 됐다. 특별한 도시의 수장은 가히 특별한 위상을 가진다.

아마 이번에 나온 분들도 서울시장 너머 더 큰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대통령 선거에 나가본 사람, 거대 정당 원내대표, 전직 서울시장, 장관, 의원 등을 했던 분들이니 경력이라면 차고 넘칠 터. 그런데 다들 본인이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모호하다. 왜 시장이 되고 싶은지, 시장직이 정치경력의 마지막 과업인지, 서울시민을 위한 꿈과 봉사를 우선 이야기하는 후보는 잘 보이지 않는다. 부박하고 급조된 공약이 아닌 최소 몇 년을 갈고 닦은 12년짜리 (3선이 가능하다는)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선거에 도전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시장직을 대권으로 가는 도상에 놓인 디딤돌로 여기는 이가 과연 적합할까?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인물들의 우선순위는 시정일까 경력관리일까? 적어도 수도 서울의 시장이라면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온통 서울, 서울, 서울인 인물이 걸맞다.

도시의 일은 시민이 직접 결정하고 집행한다는 지방자치체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싸우기도, 늘공들이 관료주의의 무게에 주저할 때 책임을 떠맡고 돌격하라고 외칠 수도 있어야 한다. 동시에 시민들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해야 한다.

행정력 없는 정치인은 당선되더라도 현장을 모른 채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할 것이고 정치력 없는 행정가는 시민의 표심을 사로잡지 못해 권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할 것이다. 결국 양자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지금 시장 후보로 거론되거나 출마선언을 한 이들은 대부분 정치인의 정체성에 뿌리를 내린 채 '또 하나의 경력'을 위해 시장직에 도전한다는 인상을 준다. 굴곡된 시정을 시민에게 돌려줄, 갈고 닦으며 준비한, 시장을 마지막 공직으로 보는 분은 누구일까?

정치인이라면 다들 더 큰 야심이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여의도 정치인 중 대통령 꿈 안 꾸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겠는가. 그런 경향이나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시장은 진영의 대표자가 아닌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 주춧돌을 놓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과한 것일까? 거짓이나 선동이나, 특정 정당, 특정 진영의 잘못에 의한 반사이익에 힘입은 당선이 아닌 시민의 삶을 세심히 다듬고 풍요롭게 하겠다는 웅장한 포부, 세밀한 계획, 걸출한 능력, 풍부한 경륜을 가진 시장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시장은 어떤 시장일가? 우리의 고민이 깊을수록 다음 시장은 그 고민을 쉬이 외면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시민을 위한 시민의 일상화란 상식이 그립다. 이번 만은…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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