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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아 “한바탕 놀고 온 ‘노는 언니’,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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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아 “한바탕 놀고 온 ‘노는 언니’,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입력
2021.01.28 0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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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청 김온아.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인천시청 김온아.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지난 24일 충북 청주 올림픽국민생활관에서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2020~21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인천시청과 SK슈가글라이더즈의 경기에서 리그 꼴찌였던 인천시청이 강호 SK를 39-30으로 대파한 것. SK는 그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4회)을 한 전통의 강호다.

5년 만에 친정 팀에 돌아온 베테랑 김온아(33ㆍ인천시청)를 중심으로 김희진 오예닮 신은주 등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면서 이뤄낸 값진 승리였다. 특히 SK는 김온아가 지난 5년 동안 친동생 김선화(30)와 함께 몸담았던 팀이었다. 이날 승리로 인천시청은 승점 9(4승 1무 12패)를 확보, 리그 7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김온아는 26일 인천시체육회 컨디셔닝센터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뒤늦게 새 팀에 합류한 만큼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면서 “최근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팀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시청 성적 변화


김온아 합류 전 합류 후
팀 성적 10경기 1승 1무 8패 7경기 3승 4패
경기당 팀 평균 득점 25.2점 29.6점
경기당 팀 평균 실점 30.4점 29.8점

올 시즌 초반 1승 1무 8패로 리그 최하위였던 인천시청은 김온아가 합류한 지난 1월 3일부터 7경기에서 3승 4패로 반등했다. 특히 팀 평균 득점이 경기당 25.2점에서 29.6으로 크게 오르며 공격력이 부쩍 날카로워졌다. 김온아는 “선수층이 젊은 편이라 들쭉날쭉 기복은 있지만, 한번 분위기를 타면 못 말리는 게 인천시청의 강점”이라며 “예전엔 다른 팀들이 ‘인천시청은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낮잡아봤다면, 지금은 ‘껄끄러운 고춧가루 부대’라고 느끼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친동생 김선화와의 첫 맞대결(SK전)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그는 “(김)선화와 상대 팀으로 맞선 것은 핸드볼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라며 “선화가 경기 중에 유독 고전하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안 좋았지만 승부는 승부다. 팀 승리를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며 웃었다.

김온아가 팀원들과 작전을 짜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김온아가 팀원들과 작전을 짜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은 요즘 팀 성적은 김온아 핸드볼 인생에 처음 받아보는 낯선 성적표다. 실업리그가 시작된 2011년부터 김온아(당시 인천시체육회)는 3년 연속(2011~13년) 팀에 우승을 안겼고 2014년 2위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5년 다시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6년 SK로 이적한 직후엔 5위로 리그를 마쳤지만 이후 2017년부터 줄곧 1, 2위를 놓치지 않았다. 김온아 역시 “사실 지는 게 익숙하진 않다”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친정에 복귀한 뒤 가장 힘쓴 것은 “후배들의 패배 의식을 지우는 일이었다”라고 했다. “패배가 습관이 돼선 안 된다” “개인 기량이 상대보다 조금 떨어져도 핸드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다같이 뛰면 이길 수 있다”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오랜 기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만큼 승부사 기질도 여전하다. “경기 진 날엔 잠이 안 온다. 누워있어도 머릿속에선 계속 그날 경기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라며 웃었다.

김온아(왼쪽 3번째부터)가 한유미 박세리 등과 함께 예능프로그램 '노는 언니'에 출연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김온아 제공.

김온아(왼쪽 3번째부터)가 한유미 박세리 등과 함께 예능프로그램 '노는 언니'에 출연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김온아 제공.


지난해 11월 김온아는 예능 프로그램 ‘노는 언니’에 깜짝 출연해 의외의 예능감을 뽐냈다. 그런데 이 예능 출연이 김온아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한다. 김온아는 “사실 시즌을 앞두고 은퇴 문턱까지 갔었다”라고 털어놨다. SK와의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백수’가 됐다. 그는 “SK에 남았더라면 좀더 편한 ‘고참 선수의 생활’이 됐겠지만, 나를 더 필요로 하는 팀에서 운동하고 싶었다. 연봉은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방황하던 그때 ‘노는 언니’ 측에서 출연 제의가 왔다. 김온아는 “만일 SK와 재계약 했다면 시즌 준비 등으로 예능에 출연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못 놀아봤던 언니들의 제2의 인생’이라는 프로그램 취지도 좋았고 핸드볼을 대중들에게 알리자는 뜻도 담아서 출연했는데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라며 웃었다.

‘노는 언니’에서 김온아는 쉽지 않은 음식을 척척 해내는 숙련된 요리 솜씨를 뽐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온아는 “요리에 관심이 많아 예전에도 숙소에서 선후배들에게 음식을 해주곤 했는데 이렇게 재평가될 줄은 몰랐다”면서 웃었다. 이어 “함께 출연한 언니들(박세리 한유미 등)도 한때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많은 조언을 해줬다”면서 “경험하지 못한 분야에서 우연히 좋은 분들을 만나 많은 인생 공부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들뜬 가슴을 가라앉힐 즈음 문필희 인천시청 코치가 “친정 팀이 어렵다.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김온아는 “은퇴 고민과 방황, 예능 출연 그리고 내가 성장했던 친정 팀에 복귀하기까지 드라마 각본보다 더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라며 웃었다.

인천시청 김온아.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인천시청 김온아.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27일 현재 리그 여자부 순위는 ‘4강 4약’으로 극명하게 나뉜 상태다. 특히 5위 컬러풀대구(승점 10)와 최하위 서울시청(승점 8)과 승점 차가 단 2뿐이다. 상위권 다툼보다 ‘탈꼴찌’를 위한 하위권 팀들의 막판 자존심 싸움이 더 치열할 정도다. 김온아는 “어차피 포스트시즌에선 멀어졌지만 리그 종료까지 4경기 남았다”면서 “남은 경기에서 ‘확실히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리고 오는 10월 전국체전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인천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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