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이 최근 개방형직위 공모를 통해 임명한 광주시 법무담당관(4급)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알선수재)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시장 동생의 변호인으로 선임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변호사 겸직 제한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5일 신임 법무담당관으로 전모(51) 변호사를 임명했다. 전 법무담당관은 2003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15년간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시는 "갈수록 증가하는 각종 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그 동안 일반직 공무원(4급 서기관)이 담당해 왔던 법무담당관을 지난해 개방형 직위로 지정했다"며 "변호사 출신 법무담당관 임용으로 실·국에 대한 총괄 법률지원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임용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 법무담당관이 지난해 1월 호반그룹 계열사 및 관계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 철근 납품을 둘러싸고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시장 동생 이모(64)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돼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변호사 겸직 제한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철근납품업체(대리점)을 운영하는 이씨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김상열 전 호반그룹 회장에게 "호반그룹이 광주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친형인 이 시장에게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그룹 계열 건설사와 관계사에 아파트 건설 공사용 철근 1만7,112톤(133억 원 상당)의 납품기회를 부여받는 등 금전적 이익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 법무담당관은 이씨가 2019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부터 이씨의 변호인을 맡았으며, 26일 현재까지도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 법무담당관이 공무원 신분이면서 이 시장의 동생 변호인까지 겸하게 되는 셈이다. 현행 변호사법(제38조)엔 변호사는 보수를 받는 공무원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공교롭게도 전 법무담당관이 임명된 25일, 이씨의 알선수재 사건 7차 공판이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두희 판사 심리로 열렸다. 전 법무담당관은 이날 재판에 불출석했다.
전 법무담당관 임명을 둘러싼 뒷말도 적지 않다. 실제 이른바 복도통신으로 불리는 시청 내 소문엔 "지난달 11일 법무담당관 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 이후 시청 안팎에 돌던 전 변호사 사정내정설이 결국 사실이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특히 전 법무담당관이 광주시 숙원사업인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광주시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한 (주)서진건설이 법정 소송을 벌이자 시 측 소송대리인으로 물밑 협상에 관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시장이 전 법무담당관을 임명한 배경을 놓고 일각에선 보은 인사 시비가 나오는 등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다.
전 법무담당관은 이에 대해 "현재 공식적으로는 이 시장 동생의 변호인이 맞지만 그간 공판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25일 공무원 임용일에 맞춰 변호사 휴업신고를 냈고, 그 동안 제가 진행했던 소송사건에 대해 변호사 사임계를 제출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조만간 이 시장 동생 사건 변호인도 사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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