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총리 재신임 일주일만의 결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습 난항으로 민심이 이탈하고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붕괴위기에 놓이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다만 ‘완전한 사퇴’라기보다는 연정을 새로 구성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로 휘청거리는 와중에 이탈리아 정치권은 다시 격랑에 빠져들게 됐다.
콘테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오전 내각 회의를 소집,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가 보도했다. 그는 향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새 연립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위임받는 방안을 타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임이 정치적 사망이 아닌 위기 돌파용이란 의미다.
무소속인 콘테 총리는 2018년부터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생동하는이탈리아(IV)와 손잡고 중도 연정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IV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어왔고, IV는 결국 지난 13일 연정 이탈을 선언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수습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정은 경제 회복을 위해 2,090억유로(279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IV 측은 이미 높은 부채를 우려하며 반대했다.
상원 18석을 보유한 IV의 연정 이탈로 여권 의석수는 148석으로 줄어들며 과반(161석)이 무너졌다. 그나마 지난 18,19일 상ㆍ하원에서 아슬아슬하게 총리 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콘테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연장됐지만, 국정운영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당장 28일 상원에서 표결 예정인 사법제도개혁법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안 통과가 좌절되면 충격으로 연정이 붕괴될 수도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콘테 총리가 새 연정 구상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가디언은 “사임발표는 연정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630석인 하원에서 10석 이상 정당만 9개에 이를 만큼 정당 난립이란 고질적 정치불안이 큰 데, 또 다시 정국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콘테 총리의 묘수가 성공할지는 전적으로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내각 구성 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할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콘테 총리의 바람대로 그가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2018년 6월 총리 취임 후 세 번째 내각이 된다. 일단 코로나19로 이탈리아 안팎에 어려움이 이어지는 만큼, 대통령이 정국 혼란을 막기 위해 콘테 총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그의 새 연정 구성 노력이 끝내 실패로 끝날 경우 이탈리아 의회는 해산된다. 로이터통신은 “총리 사임 후 새 연정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조기 총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여론 지형상 극우 정당 동맹이 주도하는 우파연합으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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