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코로나19 위기를 공통으로 겪은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우리보다 더 심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은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0%에 그쳤다. 연초부터 코로나19 타격을 정면으로 맞으면서 2019년 성장률(2.0%)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한국 성장률(-1.9%)보다는 훨씬 높고, 한은이 지난해 8월 예측한 연간 성장률(-1.3%)이나 11월 소폭 올려잡은 전망치(-1.1%)도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를 겪어낸 지난해는 외환위기 타격을 입었던 1998년(-5.1%)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민간소비 성장률이 1998년(-11.9%) 이후 가장 낮은 -5.0%를 기록하면서 실질GDP를 대폭 끌어내렸다.
수출은 1989년(-3.7%) 이후 31년 만에 가장 낮은 -2.5% 성장률을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내수가 전년도 1.1%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크게 낮아졌고, 순수출도 1.0%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축소됐다"며 "연간성장률은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높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았던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3분기까지 4개 분기 성장률(-1.0%)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성장률 급락을 그나마 막아낸 건 정부의 지출이었다. 정부재정이 전년 대비 5.0% 성장하면서 충격파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민간 분야가 작년 경제성장률을 -2.0%포인트 가량 끌어내렸지만 정부가 성장률에 1.0%포인트를 높이는 쪽으로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 소비 기여도가 0.8% 가량으로, 코로나19로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급격히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풀고 투자에 집중하면서 더 큰 폭의 하락을 막아낸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세계 주요국 전망치에 비해서는 크게 선방한 편이다.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고 발표한 중국(2.3%)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라의 마이너스 폭이 한국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IMF 전망치에 따르면 미국이 -4.3%, 일본은 -5.3%, 유럽연합(EU)이 -7.6%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 경제가 평균 -4.4%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019년과 2020년의 성장률 차이를 보면 나라별 코로나19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차이가 -3.0%포인트 수준으로 대부분 주요국(-5.0~-7.0%포인트 전망)에 비해 크게 적고, 경기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중국(-3.7%포인트)보다도 낮아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가진 데다 온라인 쇼핑 기반이 잘 갖춰져 있고,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의 글로벌 수요가 회복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