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개표기 업체 도미니언
'명예 훼손' 이유 13억弗 배상 요구

루디 줄리아니 전 미국 뉴욕시장이 6일 워싱턴 백악관 주변에 모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전자개표기 회사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개표 조작에 동조하는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해 온 게 이유가 됐다.
미 전자개표기 회사 도미니언 보팅시스템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줄리아니 전 시장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도미니언 측은 소장을 통해 “수백만 명의 사람을 속여 우리 회사가 그들의 표를 훔치고 선거를 조작했다고 믿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업체는 이어 “심지어 줄리아니 전 시장에 속은 폭도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후에도 그는 책임을 회피하고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근거없는 선거 조작 의혹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은 물론 직원들에 대한 살해 협박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하자 도미니언 개표기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데 사용됐다는 의혹을 부풀려왔다. 미국에 법인이 있는 도미니언을 두고 “도미니언에 대한 정보? 미국의 표를 집계하는 데 외국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이상하다.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는 글을 게시하는가 하면, 6일 친(親)트럼프 시위대의 워싱턴 의사당 난입 직전에는 “어젯밤 사기꾼같은 도미니언 개표기를 조사한 전문가 중 한 명이 마지막으로 집계된 10%, 15%의 표가 고의로 바뀌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미니언이 줄리아니 전 시장뿐만이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고소할 가능성도 있다. 업체 측 톰 클레어 변호사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다른 인사들을 상대로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공개했다. 특히 “도미니언을 직접 언급하거나, 허위진술을 하는 데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고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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